열왕기상
2021.09.04 04:25

칼을 가져오라 (왕상 3: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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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가져오라

왕상 3:16-28


본문은 솔로몬 왕의 재판 이야기입니다. 

일천번제를 통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지혜를 실제 재판에 적용하여 명판결을 내린 유명한 판례입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에 앞서 그가 <번제와 감사의 제물을 드리고 모든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다>(15절)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는 솔로몬이 피의 과거를 청산하고 백성들의 마음에 온기가 돌게 했다는 의미입니다. 잔치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나라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뜻입니다. 


바로 그때 솔로몬으로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몹시 난해한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몸을 파는 두 창기가 그 씨를 알 수 없는 아기 하나를 둘러싸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나라의 굵직한 정사도 아니고 살아 있는 한 아기의 소유권을 따지는 송사로 애시당초 제3자인 왕으로서도 시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은 사안인 데다 감히 두 여인은 왕 앞에서도 함부로 다투며 악다구니를 쳤습니다. 


그럼에도 솔로몬은 짜증을 부리거나 격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냉정하게 <칼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여 칼을 왕 앞으로 가져온지라 왕이 이르되 산 아이를 둘로 나누어 반은 이 여자에게 주고 반은 저 여자에게 주라>(24-25절)고 합니다. 순간 칼을 가져온 신하들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요? 세상에 이렇게 미련하고 무지막지한 판결이 있을까 하여 귀를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 재판이야말로 인류사의 가장 빛나는 판결 사례로 오늘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칼은 소유를 확정해주는 대신 생명을 앗아갑니다. 반면, 소유를 포기하면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솔로몬 왕의 지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솔로몬의 지혜는 그 첨예한 대립 한가운데서 결국 생명의 힘이 칼의 힘을 반드시 이길 것임을 믿었다는 데 있습니다. 


잠결에 자기 아이를 죽인 여인은 소유를 위해서라면 그 존재의 생명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유형의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 산 아들의 어머니 되는 여자는 그 아들을 위하여 왕께 아뢰어 청하건대 내 주여 산 아이를 그에게 주시고 아무쪼록 죽이지 마옵소서>(26절) 하며 아이는 포기하더라도 죽음만은 막으려했습니다. 

<왕이 대답하여 이르되 산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고 결코 죽이지 말라 저가 그의 어머니이니라>(27절). 이렇듯 진정한 지혜란 생명을 파괴하고라도 탐욕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이 세상의 허를 꿰뚫어 보는 힘입니다.


<적용>

-솔로몬의 재판에 대한 당신의 느낌과 감상을 간략히 적어 보십시오.

-당신도 솔로몬처럼 <지혜>를 구해본 적이 있습니까?

-솔로몬의 재판처럼 <생명과 소유>가 서로 대립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기도>

주님, 저희는 지금도 칼을 휘둘러 소유의 경계를 확정하는 사회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소유를 포기하는 대신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어리석게 보며, 내 소유가 되기만 한다면, 남의 가슴에 못을 박고 상처를 입히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디 오늘 솔로몬의 판결과 그의 지혜로운 문제 해결의 방식을 통해 저희도 늘 소유보다는 생명을 선택하고 결단하며 살아가게 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