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9 12:38

흑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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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아침 일찍 교회에 나오면 거의 하루 종일 지하 사무실에 머물기 때문에 그간 미세 먼지를 경고하는 문자가 떠도 그걸 그리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병실 생활을 하며 목격한 지난 13일~15일까지의 상황은 실로 무슨 재앙처럼 느껴질 만큼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병실 8층에서 내다 본 세상은 대낮임에도 짙은 잿빛 늪처럼 보였고, 그 속에서 자동차며 사람 모두가 유령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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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es spreads the darkness over Egypt by Marc Chagall 1931


성경에도 황사며 미세먼지 얘기가 나옵니다. 출애굽기 10장에 나오는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번째인 흑암 재앙이 그것입니다. <모세가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매 곧 캄캄한 흑암이 내려 삼일 동안 온 애굽 땅에 있어서 사람들이 서로 볼 수 없었으며 각자의 처소에서 나오는 자가 없더라>(출 10:22-23). 


그런데 그 흑암은 당시 애굽 주변 사막들의 모래바람과 광야의 흙바람이 만들어 낸 최악의 자연 재앙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강퍅한 바로 왕을 굴복시키시고자 그렇게 황사며 미세먼지로 백주대낮을 흑암천지로 연출하신 겁니다. 주님이 예언하신 말세의 징후 가운데도 <해가 어두워지며 달은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리라>(마 24:29)는 말씀이 있습니다. 


절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는 어떻게든 참고 살다 훗날 천국에 가서나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야 하나... 그럼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 어린아이들은 어쩌지... 앞으로 과연 얼마나 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하늘에서 별들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없다는 말씀 아닌가?> 


초미세먼지는 발암물질 1군(WHO)에 속하는 죽음의 먼지입니다. 사람들을 가장 은밀하게 집단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침묵의 살인자입니다. 2016년에 발행한 OECD 보고서에 의하면 미세먼지 탓에 때 이른 죽음을 맞는 사람이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00만 명당 1천 109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했습니다. 김기업 순천향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혈관을 타고 들어가 단 1분 만에 뇌와 폐, 심장을 공격하여 치매, 뇌졸중, 동맥경화증, 심부전증, 기관지염, 폐암, 안구질환, 감기 천식 등을 유발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책은 기껏 <경유차 몰지 마라! 승용차 자제하고 지하철 이용하라! 공장 가동하지 마라! 화력발전소 줄이겠다!>는 게 전부입니다.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30%를 감축하겠다>고 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한중 정상외교 주요 의제로 미세먼지 대책 추진>이라는 것이었는데, 요즘 정부는 최소한 미세먼지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조차도 시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꾸 여론을 띄워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요인이 국내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걸 중국과 엮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딱하기까지 한데 그러나 서풍만 불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중국발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지나친 억지입니다. 


최근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서울의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못박았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단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하시면 그런 줄 알겠습니다>라는 듯 끝까지 묵묵부답입니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이 한반도에 살며 깨끗한 공기로 숨 쉬고, 밝고 푸른 하늘을 보며 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도 그 권리를 보장해 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원래 우리는 <물 쓰듯>하던 나라였는데 요즘은 누구나 물을 사먹듯이 앞으로는 공기도 물처럼 몇 봉지씩 사서 그날그날의 숨을 쉬며 살아 갈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