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01 17:01

3.1절 89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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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는 자기 나라 유다가 곧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선지자로 유명합니다. 그는 결국 그 일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힙니다. 그러나 바벨론 군대가 북쪽 국경지대로 집결하고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면서 난리의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약삭빠른 사람들은 다투어 피난길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 하나멜이 감옥에 갇힌 예레미야를 찾아왔습니다. 난리가 나기 전에 얼른 달아나야겠으니 아나돗에 있는 자기의 밭을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적에게 나라를 빼앗길 판에 무슨 밭입니까? 그것도 은 17세겔이라면 결코 적은 돈도 아닌데, 그러나 희안하게도 예레미야는 사촌 하나멜의 그 아나돗 땅을 사기로 합니다. 누가 봐도 미친 짓인데 정확한 셈을 통해 증인까지 세우고 그 땅을 매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땅 문서를 봉인한 후 옹기그릇에 담아 자신의 측근인 바룩에게 맡기며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사람들이 다시 이 땅에서 집과 밭과 포도원을 사게 될 것이다. 이것은 만군의 하나님 여화와의 말씀이다.>
지금 당장은 버리는 것 같고, 세상의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질 없는 어리석은 짓 같아도 하나님의 뜻을 내다보는 자에게는 그것이야말로 훗날 의미있는 열매를 가져 올 소중한 희망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지금 산 아나돗 땅은 누군가 멍청한 자에게 되팔아 부자가 되려는 투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반드시 이 나라를 버리시지 않고 다시 회복시키시리라는 예레미야의 믿음에 다름아니었습니다. 예레미야는 땅을 산 것이 아니라 희망을 산 것입니다.

3.1절 89돌을 맞으면서 일찍이 예레미야가 샀던 그 아나돗 땅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되레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또 어떤 이들은 한 쪽이 먼저 망해야 한다는 논리로, 또 아직은 준비가 안돼 있다, 혹은 이때까지 살던 대로 그냥 살지 뭐 힘들게 같이 합치려 하느냐며 아무도 통일의 땅 아나돗을 사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믿는 자들은 전도서의 말씀처럼 자기의 떡을 흐르는 강물에 던지며 은 17세겔을 달아 주고서라도 버려진 땅 아나돗을 사야 합니다.
세상이 보기에는 도대체 미련한 짓 같고 무망해 보여도 어느 날 세월이 좋아지면 이 땅의 주인으로서 사람들에게 집과 밭과 포도원을 나눠 줄 수 있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 민족이 안으로 갈라져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항구적인 광복과 자유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당장의 결실이 없고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현실과는 관련이 없어 보여도 사랑과 평화의 희망을 우리들 이웃의 마음 속에, 민족의 가슴 속에,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 위에 끊임없이 던져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민족의 심령 속에도 언젠가는 평화의 꽃이 활짝 필 것입니다. 하나님이 반드시 아나돗의 사래 긴 밭을 갈고도 남을 활력을 주실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때 우리는 더욱 풍성한 것으로 되돌아온 떡을 함께 나누며 옹기그릇의 증서를 꺼내들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경작의 큰 기쁨을 민족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