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모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누군가가 불쑥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이것은 도발적이고 참 아픈 질문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부모님이 아니고, 과거도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나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 되었을 때 내가 정말 그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요?

 2015년 <미움 받을 용기>로 국내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베스트셀러 작가요 아들러 심리학 연구의 대가인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는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도 이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깊이 고민을 해 본 문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없이 크고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았던 부모님이 늙어 이제는 어제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은 더 이상 하지 못할 때, 또 나와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나날이 잃어갈 때 우리는 과연 그를 끝까지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이 책은 단순히 부모와 자식 간에 필요한 심리학적 이론을 전달하고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아들러 심리학을 본인의 삶에 적용한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저자는 20대 시절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돌아가시기까지 3개월 간 매일같이 병실을 드나들며 어머니를 간병했고, 50대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랜 기간 돌봤으며 자신도 50대 초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고 한동안 아버지의 간병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병든 부모를 오래 간병했거나 지금도 그런 환경에 계신 분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부모와 사랑과 회한에 대한 몹시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집니다. 부모도 마찬가집니다. 늙고 병들고 기억을 잃어가도 역시 인간입니다. 단지 <부모>라는 역할의 가면을 쓰고 있을 뿐 그분들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행위에만 가치를 두고 늙으신 부모를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내게 짐만 될 뿐인 사람>으로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고마운 분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면을 벗고 ‘인간’으로 마주하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그것은 몇몇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모든 인류의 보편적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 나이듦을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부모의 <늙음>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며 이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완벽하지 않은 우리 인간은 누구나 약점과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그것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언제나 미움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움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설파했던 것과도 상통한 주장입니다.

부모의 나이 들고 병든 모습을 받아들이고 용납하는 일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 계신 내 부모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만 우리는 비로소 기시미 이치로가 던진 질문에 <사랑할 수 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은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께 삼가 마음으로부터 깊은 존경과 사랑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