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58

 

 

 이번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누가 잡았을까요?

 윤석열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이었을까요, 이재명의 <화천대유> 의혹이었을까요? 

전례 없이 비루하고 저열해진 여야 대선 후보 경선전도 가관이지만 선거철만 되면 큰 거 한 방으로 순식간에 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우리 정치판의 고질적인 공작 정치의 음습한 기운도 여전한 것 같아 역겹습니다. 

 

얼마 전 한 젊은 여성이 윤석열에 대한 <고발 사주> 의혹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곧 그녀 배후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폭로 사흘 만에 공수처, 검찰, 경찰이 총동원되어 윤석열을 입건하는 등 전례 없는 신속 수사에도 착수 했습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때 <병풍 공작>의 주연이었던 김대업과는 달리 이번 제보자는 많이 허술했습니다. 박지원과의 관계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더니 결국은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9월 2일은) 우리 원장님과 내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며, 그녀 스스로 <얼떨결에> <고발 사주> 건을 박지원과 사전에 논의한 듯한 발설을 하고 말았고, 박지원도 역시 그녀와의 만남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도리어 윤석열에 대해 <난 네가 지난 여름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해 오히려 <고발 사주> 약발을 급격히 떨어뜨렸습니다.

 

일인당 최소한 13만원~28만원짜리 코스 요리를 시켜야 룸 예약이 가능하다는 롯데호텔 38층의 일식집에서 79세의 남성과 33세의 여성이 그저 인사차 만나 특별한 대화 없이 밥만 먹고 헤어졌다는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지금은 되려 윤석열의 <고발 사주>가 박지원의 <제보 사주> 의혹으로 그 전선이 옮겨간 형국이고, 여권의 <Again 2002, 추억의 한 방>도 일단은 헛스윙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 모양새입니다. 

<윤석열 게이트>를 추석 밥상에 올리려던 여권의 야심찬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오히려 뒤이어 터져나온 이재명의 <화천대유>가 밥상머리를 차지하며 여권 후보 간의 <명낙 대전>만 더 뜨거워지고 야권의 특검과 국감 압력만 드세진 꼴입니다. 

 

 

korea-2832422_1280.jpg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미테랑 평전>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① 비전 ② 카리스마 ③ 경영 능력, 이 세 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정치인은 드물다. 첫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모호한 이론가이다. 두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위험한 선동가이다. 세 번째 자질만 갖춘 정치인은 상상력, 창의력이 부족한 보수주의이기가 쉽다.>

 

아탈리가 이렇게 앞자락을 깐 것은 결국 자신이 17년 동안 보좌한 미테랑이야 말로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자질을 다 갖춘 리더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서일 테지만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오늘 우리에게도 이 기준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20명도 더 되는 여야 대선 후보군들 가운데서 과연 비전, 카리스마, 경영 능력 등의 자질을 고루 갖춘 후보가 있는가? 있다면 그게 누군지를 꼭 찾아내야 합니다. 반대로 모호한 이론가나 위험한 선동가, 혹은 진부한 보수주의자가 누군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서 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박정희와 김대중 둘 뿐이었습니다. 

박정희는 산업화에 대한 비전, 온 국민을 오직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간 강력한 카리스마, 관료조직을 강제해 기어이 목표를 달성해내는 경영 능력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특정 지역, 특정 계층의 희생을 강요한 부작용도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신념, 국민을 설득하는 카리스마, 대한민국을 지식 정보화 사회로 성장시키기 위한 탁월한 국가 경영 능력을 발휘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도 진영에 따라 크게 갈린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모든 대선 후보들이 오직 이미지 정치에 매몰돼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로 이미지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지의 선택 결정력이 커지면 그만큼 선거판은 <선거 기술>의 대결이 되고 네거티브와 공작을 통해 상대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리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오직 이미지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두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하나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전 재산이었던 박근혜였고, 또 하나는 노무현의 친구라는 것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던 문재인이었습니다. 

박근혜의 신비주의와 문재인의 선한 인상 덕분에 우리는 지금 오직 이미지만으로 선택한 그 두 차례 대선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제대로 뽑읍시다. 

이미지도 진영도 말고, 비전과 카리스마와 경영 능력을 보고 프랑스의 미테랑 같은 지도자를 선택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