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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Bach)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시냇물>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시냇물이 아니라 철학사의 아리스토텔레스, 미술사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냥 인류 음악사를 가로 지르는 도도한 대하(大河)입니다.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가 말해주듯 음악적 다양성과 깊이, 완성도, 보편성에 있어 동서고금을 통틀어 바흐에 필적할 음악가는 없습니다. 

 

바흐는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가 다 음악가였고, 가까운 친척들 중에도 음악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아버지 암브로시우스는 26세에 이미 아이제나흐 시의 음악 감독이 될 만큼 비범한 음악가였습니다. 따라서 바흐의 집은 언제나 음악가들로 북적였습니다.

 

오늘(3월 21일)이 바로 바흐의 336회 생일입니다. 사순절 기간에 태어나서 그런지 바흐는 살아생전 여러 편의 수난곡을 만들었습니다. 총 다섯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요한수난곡>과 <마태수난곡> 두 편만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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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년 4월 11일 고난주간 성금요일에 자신이 성가대 지휘자로 있던 독일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된 <요한수난곡>은 그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곡한 것이라 당대의 모든 악곡 형식을 망라해 완성한 최고의 수작으로 꼽힙니다. <요한수난곡>은 요한복음 18장과 19장의 내용을 작곡한 것으로 <주여, 우리의 통치자여!>(Herr, unser Herrscher!)로 시작되는 제1부는 유다의 배신과 주님의 체포, 베드로의 부인 등으로 구성돼 있고, <심문과 채찍질 당하심>(Verhör und Geisselung)이라는 제목의 제2부는 빌라도의 재판, 십자가에 못 박히심, 운명 그리고 장사되심까지 총 68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해마다 사순절이면 3백 년 전 바흐가 직접 지휘하고 이 곡을 발표했던 성 토마스 교회 소년합창단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이 <요한수난곡>을 연주하는데, 저는 2012년 3월 <예술의 전당>에서 그 생생한 감동을 경험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 26장과 27장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요한수난곡>보다 3년 늦은 1729년 역시 고난주간 성 금요일에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초연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오래 잊혀졌다 무려 100년이 지난 1829년에 와서야 비로소 문호인 괴테의 발굴 노력과 멘델스존의 지휘로 다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초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던 그 해묵은 작품이 다시 빛을 보는 순간 청중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당대 최고의 철학자 헤겔은 <바흐야 말로 위대하고 진실한 신자였고, 또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 음악가였다>고 평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전체가 78곡으로 연주 시간도 <요한수난곡> 3시간보다 긴 3시간 반의 대작으로 수난에 대한 주님의 예고로부터 체포되시기까지가 제1부, 이후 십자가의 죽으심과 무덤에 장사되시기까지가 제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 145장이 바로 <마태수난곡>에 무려 5번이나 반복되는 유명한 멜로디입니다. 확실히 바흐의 음악에는 하나님을 느끼게 하고 잠 자는 신앙을 일깨워주는 지고한 힘이 있습니다. 특히 이 <마태수난곡>은 <신이 죽었다>고 선언한 철학자 니체(F. Nietsche)조차 한 주에 세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합니다.

 

바흐는 1723년부터 1750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로 재직하며 창작에 전념했고, 또 토마스 교회 소년합창단을 이끌며 거의 매주 한 곡씩 예배용 칸타타를 작곡했습니다. 그는 평생 오직 교회음악, 예배음악에 헌신했으며, 무려 1000곡이 넘는 작품을 남김으로써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바흐의 이런 대단한 음악적 성과 배후에는 실력파 성악가이자 비평가요 음악적 동료였던 아내 <안나 막달레나 빌케>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사순절 기간 인터넷 음원 사이트에서라도 바흐의 수난곡을 들으시며 주님의 십자가를 더욱 깊이 묵상하시는 성도들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