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3 10:19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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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사람들은 사순절에서 부활절로 이어지는 이 초봄을 편지 쓰는 계절로 삼습니다. 그동안은 제대로 소식을 전하지 못했을지라도 이 때 만큼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든 정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심사입니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 연중 우편물이 가장 많은 때가 연말이 아니라 바로 이 사순절 기간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신약 성경은 다 편지입니다. 

바울의 편지고 또 베드로, 요한, 야고보의 편지입니다. 바울은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모든 형제에게 문안하라>(살전 5:26)고 했고, 베드로도 <너희는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벧전 5:14)고 당부했습니다. 

제가 매주 주보에 올리는 이 목양칼럼도 성도들께 보내는 저의 편지입니다. 

사실 요즘은 참 쉽게 안부를 물을 수 있고, 또 내 소식을 가장 간편하게 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 정서입니다. 꼭 손 편지를 써야 맛입니다. 그것도 반드시 연필로 써야 합니다. 이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저처럼 연필을 많이 쓰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1년에 30개들이 샤프심 12통을 다 쓰고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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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20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51,801,449명입니다. 그중 남성 25,861,116명, 여성 25,940,333명으로 절묘한 성비를 이루고 있고, 세대수는 21,825,601 가구입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로 또 하나 확인된 사실이 있습니다. 요즘 모두 <백세 시대>라며 장수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은 80세까지 사는 것만도 대단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연령별 생존율을 보면, 70세-86%, 75세-54%, 80세-30%, 85세-15%, 90세-5%입니다. 즉 80세가 되면 우리 국민 1백 명 중 30명만이 생존하고, 90세에는 단 5명만이 생존한다는 통계입니다. 

윤진화(1974~) 시인의 <안부>라는 시가 있습니다. <잘 지냈나요?>로 시작되는 그 시의 둘째 행에는 <나는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74년 생짜리가 <늙음> 운운하는 게 같잖지만 감성 하나 만큼은 영락없는 시인입니다. 시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어른들은 <무럭무럭 늙습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은 늙어 보면 압니다. 예순이 넘으면 해마다 맞는 봄도 그 느낌이 좀 묘합니다. 그리고 서로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누군가가 내게 안부를 물어 온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부활절을 앞둔 이 사순절에 마음의 인사를 나눕시다. 

별고 없이 지내는지? 건강한지? 사랑이 힘겹지는 않은지? 부모나 형제나 손주가 아플 만큼 버거워도 여전히 잘 껴안고 가는지? 기도를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언젠가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못다한 말이 있어서 편지를 씁니다. 감정이 남은 것은 아닌데 기억이 남아서 편지를 씁니다. 그리움이 남은 것은 아닌데 향기가 남아서 편지를 씁니다. ... 가장 빛나던 날 그대를 만난 것이 아니라, 그대를 만나서 나의 날들이 빛났음을 일러주고 싶어 이 편지를 씁니다.>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일에 인색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