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6 22:24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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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의 색조가 온통 누리끼리 합니다. 

봄이면 언제나 극성인 미세먼지 탓만은 아닙니다.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배설하는 끊임없는 거짓말이 세상을 이렇게 우중충하고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톡 까놓고>한 자신의 말을 안 했다고 딱 잡아떼다 상대 부장판사가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망신살이 뻗쳤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한 사람을 꼽는다면 그는 단연코 대법원장입니다. 한 나라의 대법원이야말로 민주주의와 법치 사회의 최후 보루이고 그 수장은 민주 사회의 마지막 수호자입니다. 

헌법 103조입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진실하게 심판한다.>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은 곧 정의이며, <양심과 진실>은 곧 생명줄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 대법원장이 알고 보니 법의 <명수>가 아니라 거짓말의 <명수>였습니다. <김명수>가 졸지에 <거짓 명수>로 자기 성을 갈아치우고, 신성한 자신의 지위와 권위마저도 시궁창에 꼬라박았습니다. 진실과 신뢰가 생명인 사법부 수장의 그 천연덕스런 거짓말과 온통 어글리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꼬라지가 너무너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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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악성인 <새빨간 거짓말>에서, 예를 들어 못 생긴 친구에게 <넌 참 예쁜 구석이 있어!>하는 선의의 <하얀 거짓말>까지 우리는 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며 삽니다. 

범죄심리학의 세계적 석학인 폴 에크만(Paul Ekman) 교수는 사람은 평균 8분마다 한 번씩 거짓말을 하고, 하루 평균 2백회 가량의 거짓말을 한다고 했습니다(텔링라이즈). <오늘도 뇌는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인 알베르 무케베르도 <거짓말은 인간의 숙명이자 원죄 DNA>라고 했습니다. 성경도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시 116:11)고 합니다. 누가 감히 그걸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거짓말 당사자가 한 나라 사법부의 수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판사는 거짓말을 심판하는 직업입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서로 다를 때 어느 한 쪽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므로 증거를 요구하고 증언을 들어가며 냉정하게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는 사람입니다. 

저는 앞으로 판사들이 사기, 무고, 위증 같은 거짓 죄로 재판 받게 될 피고들을 과연 어떻게 심판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피고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말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한 김 대법원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면죄부로 삼는다면  판사는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 

 

십계명 중 제9계명이 <거짓말하지 말라>이고, 신약도 <거짓을 버리고 각각 그 이웃과 더불어 참된 것을 말하라>(엡 4:25)고 했습니다. 4세기 후반의 것으로 알려진 <66가지 사순절 금기사항>이라는 문서에 의하면 <고기, 독주, 포도주, 맥주, 우유, 치즈, 소시지, 달걀... 연극, 춤, 오락, 연애소설, 화려한 옷, 과식, 기름진 음식, 단맛 나는 차와 빵, 호화생활, 늦잠자기, 성교, 큰소리, 남 흉보기>와 함께 <거짓말>도 있습니다. 

 

부디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거짓말을 자제하고  진실을 말하는 일에 더 용감 합시다. 요즘 <거짓 명수>인 김 대법원장에게는 얼굴은 다 가리고 눈만 빼꼼히 내놓는 마스크가 가장 고마울듯해 괜히 서글픈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