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6 00:31

도다리 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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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가 설 주간인데 봄의 문턱이라는 <입춘>은 벌써 지났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봄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따스한 봄바람이 사람들의 언 마음도 녹이고 여전히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봄눈 녹듯 좀 소멸시켜 주길 바래봅니다.  

 

사실 저는 내륙 사람이라 남녘 도서지방의 계절식인 <도다리 쑥국>을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봄 심방 때면 으례 도다리 쑥국을 먹었습니다. 선릉에 있는 남궁 집사님 사무실을 찾으면 거의 정해진 점심 메뉴가 봄 향기 가득한 도다리 쑥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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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때 따라 통영에서 매일 공수하여 준비한다는 <통영집>의 도다리 쑥국은 저로 하여금 <제철이라는 봄 도다리와 바닷바람 맞고 자란 여린 해쑥의 오묘한 조합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하는 깨달음을 줬다고나 할까요. 어딘가 모르게 약간은 달고 깔끔하면서도 투명한 국물을 한 숫갈 입에 떠 넣는 순간, 쑥향이 혀끝에서 코로, 다시 온 몸으로 퍼지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도다리 살은 차라리 입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느낌.

 

전에 제가 먹었던 경상도식 쑥국은 거의 묽은 된장국 비주얼이었는데 도다리 쑥국은 밍밍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맑고, 해쑥이 우러나 푸르스름한 옥빛이 감도는 국물인데 그게 그렇게 입 안 가득 봄을 선사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다른 재료는 거의 더하지 않은 듯한 그 담백한 국물이 겨우내 닫혔던 가슴과 막혔던 기운을 확 뚫어주는 듯한 느낌까지 받곤 했습니다. 

 

아직 날은 추워도 통영 시장에는 정월부터 쑥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겨울 해풍을 맞고 자란 여린 애쑥은 그 자체가 이미 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안가 뭍에 쑥이 돋아날 무렵이면 제주도 인근에서 겨울 산란기를 보낸 도다리가 통영 앞바다까지 올라오는데 요때 잡히는 도다리가 가장 실해 육지의 애쑥과 만나면 최상의 맛과 향을 조합해 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것입니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영험한 약재 아닙니까? 곰이 쑥을 먹고 인간으로 환생했다지 않습니까. 또 도다리는 대표적인 흰살 생선으로 단백질의 보고입니다. 따라서 봄 도다리와 해쑥은 그야말로 자연의 기운과 모진 생명력을 품은  <봄의 보양식>으로 딱인 것 같습니다. 

 

남해안 도서에는 <도다리 따라 봄이 온다>는 말이 있다는데, 올해는 아직 좀 이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봄 심방이 물 건너 간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 선릉의 <통영집> 찾을 일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분당에도 잘 하는 집이 있다니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봄이어서 도다리 쑥국이 아니라 도다리 쑥국을 먹어야 봄이 오기라도 하듯 올해는 꼭 좀 일찍 먹고 한 발 앞서 새 봄을 맞고 싶습니다. 

 

벌써 제주에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입니다. 

집합금지와 거리두기 조치가 여전한 설 연휴지만 모쪼록 안락하고 평안한 재충전의 시간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