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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 우리는 자신에게 묻습니다 / 이 끝없는 그늘 속 우리는 과연 어디서 빛을 찾을 수 있을까?>(When day comes, We ask ourselves, where can we find light in this never-ending shade?)

 

지난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취임식장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22살의 흑인 시인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이었습니다. CNN은 <고먼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쇼를 훔쳤다>고 했고, 영국의 가디언지는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이 출연해 국가와 축가를 부르며 공연하고, 바이든 당선인도 연설했지만 대중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청년 시인의 시 낭송(우리가 오르는 언덕)이 취임식 분위기를 압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는 침묵이 언제나 평화는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고 / 정의의 기준과 개념이 곧 정의는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 ... 우리는 슬퍼하는 동안에도 성장했고 / 다치더라도 희망을 보았고 / 피곤할 때도 노력했습니다 / 성경은 우리에게 비전을 가지라며 / 모든 사람이 자신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 민주주의도 가끔씩 지연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영원히 패배하지는 않습니다(if can never be permanently defeated) / 우리가 미래를 보는 동안 / 역사는 우리를 주시합니다(history has its eyes on us) / 지금이 바로 구원의 시대입니다 / ...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 멍들고 상처받았지만 자비롭고 대담한 나라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 그날이 오면 우리는 그늘을 벗어나 / 두려움 없는 불꽃으로 새로운 새벽을 꽃 피울 것입니다 / ... 빛은 언제나 있습니다(For there is always light) / 우리에게 그 빛을 직시할 용기가 있다면(if only we’re brave enough to see it) / 그리고 스스로 그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if only we’re brave enough to b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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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먼은 자신을 <노예의 후손이자 미혼모의 손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라고 소개하며, <미국은 그런 자신을 포함해 누구라도 대통령을 꿈꿀 수 있는 나라>라고 했습니다. 실제 고먼은 2036년 미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청년 시인으로 이를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어 이번 취임식에 참여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식장을 떠나며 <2036년 대통령 후보, 어맨다 고먼을 지지한다>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수백 만의 사람들이 즉각 고먼과 접속하고, 연일 미문학계의 찬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올 9월 출간 예정인 고먼의 시집 두 권은 이미 아마존의 예약판매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주로 <역사와 희망>을 노래하는 고먼은 16세 때 이미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의 청소년 시인으로 지명됐고, 사회학을 공부하던 하버드 대학 재학 시절에는 <전미 청년 시 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퍼스트레이디가 된 질 바이든 여사가 그의 시를 좋아해 이번 취임식에 추천했다고 합니다. 

 

가디언지는 <소녀 시인이 적절한 때 적절한 단어를 찾아냈다. 특별한 날에 걸맞은 아름다운 호흡과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시였다>고 평하며, 지금 고먼의 방에는 <폭군은 시인을 두려워한다>(The tyrant fears the poet)는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부디 그의 시에 담긴 언어들이 오늘과 내일의 언덕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가슴까지 울리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