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0 07:02

'한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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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100여 개, 그러나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완벽하게 기록으로 전해지는 문자는 <훈민정음>, 즉 한글이 유일합니다. 1940년 8월 경북 안동의 한 종갓집 서고에서 무려 5백년 간  꼭꼭 숨겨졌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햇빛을 보게 되면서 그동안 온갖 가설만 무성하던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 목적, 제자 원리, 개발과정, 창작자와 공동연구자, 문자 운용법, 창제년도, 심지어는 반포 날짜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 원본>이라고도 부르며, 국보 제70호로 1997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해례본 서문은 한글을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면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깨칠 수 있다>고 했고, <바람 소리, 학의 울음, 닭소리나 개 짓는 소리까지도 다 글로 옮길 수 있는 문자>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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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2003년 유네스코 공식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비문맹률은 97.9%, 이는 곧 문맹률이 2.1%라는 뜻인데 그것만으로도 당시 한국은 이미 비문맹률 세계 1위였습니다. 현재 미국인 중 영어를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은 79%, 일본인 비문맹률은 82%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문맹률 0%라는 경이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해마다 우리의 한글날인 10월 9일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가 한글의 우수성과 수월성, 제로에 가까운 한국의 문맹률을 평가한 결과입니다.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합쳐 불과 24개의 문자로 구현할 수 있는 자연의 소리, 사람의 소리가 무려 11,000여 개입니다. 일본어(가나)로는 약 3백 개, 중국어(한자)로는 약 4백 개의 음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데 반해 한글은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소리를 다 글로 옮길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촌 어디에나 있는 [McDonald's]를 보십시오. 한글로는 <맥도날드>라고 표기하여 본래 영어 발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구현하지만 중국어로는 <마이 커 탕 나>라고 표기하고, 일본어로는 <마쿠도나루도>로, <스타벅스>는 <스톼 바쿠스>로 밖에는 적을 수가 없어 실제 영어 발음과는 꽤나 거리가 먼 표기가 되고 맙니다. 


더구나 한글은 모바일 시대, IT 정보화 시대의 최적의 언어로 그 진가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윈도우를 더블 클릭하는 순간 5백 년이란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한글의 무한한 위력이 우리 모두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문자를 조합하고 번개 같이 전송하는 속도에 있어 세상에서 한글보다 더 빠른 언어는 없습니다. 한글로는 단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어로는 38초, 일본의 <가나>로는 34초가 걸린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3만 개가 넘는 한자를 대체 어떤 방식으로 그 좁은 자판에서 다 조합할까요?


중국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강병중 집사님에 의하면 일단 소리 나는 대로 영어 알파벳을 친 다음 모니터에 뜨는 여러 한자 중 해당 글자를 눌러 변환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한자를 본떠 만든 일본어 <가나>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문장을 만듭니다. 즉 <世>자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 표기 [se]를 자판에 입력해야 모니터에서 <가나>로 바뀝니다. 마치 우리가 윈도우에서 자음을 치고 한자 키를 눌러 리스팅되는 기호 중 해당 글자를 골라 변환하는 과정과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글은 영어처럼 키보드를 치면 막바로 문자가 조합되잖습니까.

 

세종이야말로 5백 년 후를 미리 내다 본 진정한 <정보통신대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