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6 02:23

하박국의 절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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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의 전통적인 감사 절기마저도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희한한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매년 <울>던 불효자가 올해는 <옵>니다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귀소본능에 이끌려 민족 대이동을 연출하던 진풍경이 올해는 무조건 안 가면 효자, 가면 불효자가 되었으니 참 기상천외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 말고 오래 보자!>는 현수막도 심금을 울리지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데야 누가 감히 고향 갈 엄두를 내겠습니까?

며칠 전에는 부모님 산소를 다녀오던 친구가 운전 중 차 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옆자리에 타고 있던 아들이 그 아찔한 순간을 잘 수습해 대형 자동차 사고는 막았지만 그토록 황망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지인들이 다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게 모두 코로나 시대가 빚어낸 2020년의 가을 풍경, 우울한 명절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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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작가인 러시아의 솔제니친은 <역사의 껍질을 계속 벗기다보면 남는 것은 결국 영적인 것이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코로나> 시대의 핵심도 결국은 영적인 데 있다고 믿습니다. <코로나19>의 중심에는 역사의 주인이신 주님이 계시고, 이 우주의 절대 주권자이신 하나님이 계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코로나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더욱 떨리는 마음으로 공경해야 합니다. 

<나는 ... 바다를 휘저어 그 물결을 뒤흔드는 자이니 이름은 만군의 여호와니라>(사 51:15).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이 엄청난 재앙이 가져다 준 인류사적 의미와 영적 교훈을 헤아리는 일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 개인과 공동체 모두 정직하게 자신들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인류사의 강물을 휘저어 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계신 뜻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합니다. 이 패역한 세대를 향해 외치고 계신 하나님의 중후한 심판의 메시지, 경고의 메시지를 뼈아프게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박국처럼 <절대 감사>와 <절대 찬양>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박국은 이스라엘의 망국적인 부패와 바벨론에 의한 참혹한 멸망 앞에서도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감사와 찬양을 잊지 않은 사람입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7-19). 

저는 올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감사의 모델이 바로 이 하박국이라고 확신합니다.


벌써 새벽 공기가 차갑고 추석 연휴가 코앞이지만 올해는 다 객지에서 추석을 맞아야 합니다. 처음 겪는 코로나 시대의 명절이라 그 애틋함과 그리움이 더욱 클 것 같습니다. 

효자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효자가 될 수도 없는 이 애달픔, 모쪼록 주 안에서 복된 명절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