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8 23:33

<사랑>과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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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제일교회>는 의심할 바 없는 우리 사회의 공적이 됐습니다. 

1차 대확진은 <신천지>, 2차 대확진의 주범은 <사랑제일교회>라는 인식이 기정사실화됐고, 그 2차 대확진 중심에는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가 있습니다.

 <빤스 목사>로 더 잘 알려진 전 목사는 온갖 기행과 천박한 막말, 요설로 <문재인 퇴진운동>을 이끌고 있는 <태극기 부대>의 독보적 리더이자 <아스팔트 우파>의 거의 유일한 카리스마입니다. 


문제는 그가 반나치 운동에 가담하여 히틀러 암살을 모의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를 들먹이며,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한 그의 말을 경구처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선량한 시민들을 자신의 종교적 정치적 인질로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주도하는 <종북좌파 대통령> 퇴진운동을 거룩한 신앙투쟁, 신성한 종교전쟁으로 포장하여 신자들을 거리로 내모는가 하면 코로나 와중에도 오직 순교적 각오로 투쟁하도록 주술을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제일교회>란 작명은 아마도 <믿음, 소망, 사랑 ...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는 말씀에서 왔을 것입니다. <사랑>이 뭘까요? 바울은 <만일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전 8:13)고 했습니다. 바울은 채식주의자가 아닙니다. 당시 고린도의  시장에서 유통되던 고기는 대부분 우상의 신전에 바쳐졌던 제물이었으므로 믿는 자들 가운데는 그걸 먹으면 자신의 몸이 더럽혀진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바울은 자기는 신앙 양심상 거리낌 없이 감사하며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지만 만약 자신의 그런 행위를 보고 믿음 약한 다른 형제들이 실족할 수 있다면 차라리 자기는 평생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그 약한 형제들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도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와 싸운 적이 있는데 밑에 깔린 아이가 <나도 너처럼 날마다 고기를 먹는다면 네게 지지 않았을 거야!>라고 한 말에 충격을 받아 평생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이나 먹을 수 있고 또 행할 수 있는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가진 자들입니다. 그러나 나의 그 자유가 때로 남을 해칠 수 있다면 스스로 자제하고 그 자유를 제한하는 게 진정한 형제 사랑이고 이웃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나의 먹을 수 있는 자유, 누릴 수 있는 권리보다 먼저 형제와 이웃의 덕을 생각하며 배려하라고 합니다. 그게 주님의 사랑이고 주님의 정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즉 너희의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전 8:9). 

그럼에도 <사랑제일교회> 목회자라는 전광훈 목사는 신자들을 모조리 <코로나19> 전파자들로 전락시키고, 지난 8.15 집회를 대확진의 2차 진원지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한편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요 때다 하며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8.15광화문 집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대통령, 여당 대표,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강력 대응과 응징을 천명하는가 하면, <전광훈 방지법> <8.15 광화문 집회 방지법안>까지도 발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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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류사회학자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희생양 이론>(le bouc émissaire)에 따르면 공동체의 분노에 직면한 지배세력은 언제나 복수할 힘이 없는 약자를 희생시켜 자신의 책임과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합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인 희생양 사례인데 50만이 넘는 희생자 대부분이 힘없는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후한시대 조조가 원술을 토벌하기 위해 십여 만 대군을 이끌고 전투를 벌이는 중에 군량미가 부족해 군사들의 원성이 높아졌습니다. 조조가 담당관을 불러 군량미를 빼돌렸다는 거짓 죄목을 씌워 가차없이 목을 베는데 그때부터는 군사들이 일체 불평하지 않고 줄어든 급식을 감내하며 전쟁에 임하더라는 겁니다. 히틀러가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나 관동지진 때 일본 군국주의가 <조선인들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며 거짓 소문을 퍼뜨려 조선인 수만 명을 무차별로 학살한 만행 등이 다 권력의 <희생양 제의>였습니다. 


사실 이번 2차 대확산의 단초는 분명 정부가 제공했습니다. 

지난 달 20일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국내 감염자수가 4명으로 줄었다.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가고 있다>고 했고, 이튿날 국무회의에서는 <국민들에게 귀중한 휴식을 드리고자 한다>며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30일에는 경제부총리가 <1천 8백만 명을 대상으로 외식, 숙박, 영화 소비 쿠폰을 제공 한다>며 국민들의 등을 떠밀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8월 10일 34명, 11일, 12일 각각 50명 수준이던 확진자가 13일 103명, 14일 166명, 15일 279명으로 크게 증가하더니, 그 폭발적인 확산세가 8.15 광화문 집회와 맞물리며 지금의 전국적인 2차 대확산 사태를 연출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목요일에 있었던 대통령과 개신교 지도자 간담회는 최근 교회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등에 업고 코로나 확산의 모든 책임을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교회와 광화문 집회에 뒤집어씌우는 권력의 <희생양 만들기>의 완결판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교회 지도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적반하장>이니 <몰상식>이니 <가짜 뉴스 진원지>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일부)교회를 성토했습니다.


성경에서 온 <희생양> 개념은 원래 유월절 희생양이셨던 주님처럼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숭고한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권력을 위해,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기 위해 덤터기를 씌우는 것은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짓입니다. 

그래서 <지라르>는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야말로 사악한 전체주의의 산물이자 집단 광기의 쓴 열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