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2 06:45

뒤러의 <기도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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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흔히 <문학은 괴테, 음악은 바흐, 그림은 뒤러>라고 합니다. 독일 출신의 미술 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좀 과장해 말한다면 독일인들은 미켈란젤로에다 피카소를 얹어준다 해도 뒤러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합스부르크가의 황제 카를 5세가 미켈란젤로에게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말해보라고 했을 때 놀랍게도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뒤러입니다. 저한테 황제의 자리를 준다면 도망치겠지만 ...> 그렇다면 신이 내린 조각가라는 미켈란젤로가 황제의 자리도 마다하며 꼭 되고 싶어 했다는 뒤러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 독일 미술의 아버지, 독일 미술사의 시성이라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erer, 1471-1528)는 독일 남부 뉘른베르크 출신의 화가입니다. 그는 특히 목판, 동판, 수채화에서 뛰어난 독창성을 보였고, 성경을 주제로 한 성화도 많이 남겼는데 <요한의 묵시록>이라는 15점의 목판화 연작은 판화 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꼽힙니다. 


지금은 물론 유로화지만 제가 독일에 있을 때 사용했던 화폐 5마르크와 20마르크 지폐에도 뒤러의 작품이 도안돼 있었을 만큼 뒤러야말로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진정한 국민 화가였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작품으로는 섬세한 수채화인 <산토끼>(1502), <아담과 이브>(1507) 그리고 그의 대표작처럼 유명한 <기도하는 손>(1508) 등이 있습니다. 



Albrecht_Dürer_Betende_Hände.jpg



그런데 특히 <기도하는 손>은 그의 아름다운 우정과 믿음에 관한 얘기가 깃들어 있어 더욱 감동적입니다. 뒤러와 그의 고향 친구 <프란츠>(Franz Knigstein)는 한 마을에서 함께 자라며 그림을 그렸던 단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그림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프란츠가 극적인 제안을 합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 네 학비와 생활비를 보낼테니 너는 미술학교에 가라. 그리고 훗날 네가 화가가 되어 돈을 벌면 그때는 내 미술 공부를 네가 도와 주렴!>


1508년 친구의 도움으로 공부를 마치고 화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뒤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당연히 프란츠의 집이었습니다. 마침 프란츠는 허름한 자신의 방 탁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주님, 저는 이미 험한 노동으로 손이 굽고 손마디가 굵어져 섬세한 붓질을 해야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습니다. 하오니 저 대신 사랑하는 친구 뒤러가 주님의 기쁨을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게 해주옵소서.> 


열린 창으로 새어나오는 프란츠의 그 절절한 기도 소리를 들은 뒤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뛰어 들어가 와락 친구를 끌어안고 <프란츠, 자네의 희생과 이 기도하는 손이 오늘 나를 있게 했네!>하며 진심어린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29X20cm의 작은 백지 위에 오직 브러쉬와 잉크만으로 단숨에 그려 친구에게 헌정한 작품이 바로 저 유명한 <기도하는 손>입니다. 이 작품은 현재 뉘른베르크 박물관 <알테 피나코텍>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다시 낯선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 코로나도 저만치 물러갈 줄 알았는데 야무진 꿈이었습니다. 점점 더 출구가 보이지 않고,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정말 <코로나19> 앞에서는 선진국도 후진국도 없고, 동양도 서양도,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무색합니다. 그야말로 <코로나19>가 온 지구촌의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화상으로 수업을 받고, 교인들은 교회가 아니라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모두가 서로를 피해다니며 접촉을 삼가고, 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도, 택시도, 지하철도 못 탈 뿐 아니라 이제는 3백만 원 범칙금까지 물어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뒤러의 <기도하는 손>은 무엇보다도 친구를 위해, 남을 위해 기도하는 <중보기도의 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으로 떠밀려 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해 더욱 중보기도의 손을 모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