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4 20:46

카오스와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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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2).


고대 희랍철학에서는 창세기의 이 시원적 상태를 <카오스>(chaos)라고 불렀습니다. <카오스>란 <혼돈> <흑암> <심연> 등을 뜻하는 말입니다. <코스모스>(cosmos)가 질서정연하고 조화롭고 완벽한 피조 세계인 <우주>를 가리킨다면 <카오스>는 깜깜하고 공허하고 불규칙하고, 전혀 예측 불가능한 <혼돈>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전 지구적인 팬데믹이며 경제, 정치, 외교, 문화, 관광, 사회질서, 국제질서 등이 송두리째 무너져 모든 나라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그야말로 <카오스> 시대라 할 만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절망적인 원초의 <카오스> 가운데도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셨다>는 겁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 어둡고 무시무시한 <카오스>의 수면 위로 <하나님의 영>이 떠다니셨습니다. 


어거스틴은 창세기 1:2의 <카오스>를 <코스모스>로 가는 하나님의 창조사역의 한 과정으로 봤습니다. 그는 <무로부터의 창조>(크레아치오 엑스 니힐로)라는 믿음에 굳게 서서 태초에 하나님이 <절대무>(우크 온)로부터 애벌로 먼저 창세기 1:2의 <카오스> 상태, 즉 <상대무>(메 온)를 창조하시고, 다시 그 흑암하고 공허한 <카오스>를 향해 <빛이 있으라>(창 1:3)하시며 이레에 걸쳐 완벽한 <코스모스>를 창조하심으로써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심히 좋았더라>(창 1:31)며 스스로 감탄하셨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카오스>는 <코스모스>로 가는 수순이며, 보다 완벽한 창조 세계로 가는 과정입니다. 


사실 어느 시대나 <카오스>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카오스>는 인류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며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하는 절망감을 맛보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늘 새로운 <코스모스>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이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과연 태초에 <카오스>의 수면을 운행하시던 그 <하나님의 영>과 흑암과 혼돈을 향해 <빛이 있으라!>하시며 외치시던 그 <하나님의 말씀>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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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미국의 천체 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출간한 <코스모스>라는 책은 지금도 우리나라 자연과학도서와 인문교양도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입니다. 몇 년 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도 다큐로 방영해 전 세계 7억 5천만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며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흠뻑 빠지게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코스모스>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감성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청초하게 하늘거리는 대표적인 가을 꽃 얘깁니다. 벌써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룬 저 한강 둔치에 나가 보십시오. 아무런 질서도 없이 그냥 빼곡히 흐드러진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놀랍도록 정교하고 섬세하고 조화로우며 산만한 중에도 질서정연한 이합집산을 볼 수 있습니다. 

화장품이라는 뜻의 <코스메틱>도 <코스모스>라는 말에서 온 것임을 생각하면 하나님이 <카오스>를 거쳐 창조하신 이 <우주>야말로 가히 경탄을 금치 못할 만큼 아름답고  신비하고 완벽합니다. 


부디 어두운 <카오스>의 수면을 운행하시던 <하나님의 영>과 공허하고 혼돈한 심연을 향해 <빛이 있으라!>하셨던 그 <하나님의 말씀>이 지금의 <팬데믹> 상황을 평정하고  병든 이 <코스모스>를 새롭게 재창조해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