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7 09:03

어느 학도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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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편지는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 재학중 6.25가 발발하여 학도병으로 참전, 포항 <다부동>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1950년 8월 11일 포항여자중학교 앞 벌판에서 전사한 이우근(李佑根) 학도병(15세)의 편지로 적탄에 숨진 그의 품에서 동료들이 발견하여 후에 가족들에게 전한 글이며 그날 그 <다부동전투>에서 전사한 제3사단 학도의용군은 전체 71명 중 그를 포함 모두 48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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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불과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두 명의 특공대원들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모두 죽이고 말았습니다. 폭음이 저의 고막까지 찢어놓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귓속은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도 가혹하고 처참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요, 더욱이 같은 말과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픕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괴로운 저의 심정을 어머니께라도 말씀드려야 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 무섭습니다. 제 옆에 있는 수십 명의 학우들도 마치 죽음을 기다리듯 적들이 덤벼들 순간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숨죽이며 엎드려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엎디어 지금 이 글을 씁니다. 

적들은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 앞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의 수는 너무 많습니다. 이제 곧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어머니!

이 전쟁이 끝나면 <어머니이!>하고 달려가 그 품에 털썩 안기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오늘 이 전투에서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저희들을 살려두고 그냥 물러설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왜 죽습니까? 하느님도 저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사 지켜주실 것입니다. 


어머니, 이제 마음이 한결 안정됐습니다. 꼭 살아남아 어머니 곁으로 한걸음에 달려가겠습니다. 

왠지 문득 상추쌈을 게걸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린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도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어머니!

놈들이 다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사, 안녕이 아닙니다. 살아서 다시 편지를 쓸 테니까요.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