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4 10:25

영혼의 자서전

조회 수 179

<영혼의 자서전>은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년 작품입니다.

 세상에 큰 충격을 던진 그의 소설 중에는 어떤 현실에도 굴하지 않는 원시적 힘을 가진 사나이 <희랍인 조르바>가 있고, 또 온갖 유혹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지켜낸 인간 예수의 <최후의 유혹>이 있는데, 이 둘은 서로 전혀 다른 얘기 같지만 실은 하나로 엮여 있습니다. 그것은 무수한 고난과 좌절, 그리고 절망 앞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갈망입니다. 


카잔차키스는 일찍이 사도 바울이 선교하여 교회를 세우고, 사랑하는 제자 <디도>로 하여금 거기서 목회하게 했을 뿐 아니라 신약성경 디도서의 수신지이기도 했던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크레타에서 태어났습니다. <영혼의 자서전>은 그런 그가 자신을 어떻게 일구고 뜨겁게 단련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자서전>이 얼마나 문학적이고 철학적일 수 있는지도 확인하게 합니다. 



스크린샷 2019-12-14 오전 10.23.01.jpg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폭우로 온 마을의 포도밭이 다 떠내려가 모두가 비통해 할 때도 <우리는 여전히 남아 있잖니!>하고 말합니다. 카잔차키스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이 자신이 살아가며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평생 큰 버팀목이 되었다고 밝힙니다. 또한 그는 생명의 철학자 베르그송과 인간의 초월적 책임을 일깨우면서도 내면에 잠재된 위대한 힘을 이끌어 낸 니체의 제자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가라. 멈추거나 소리를 지르지 마라. 너에게는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걸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 한계점이 무엇이든지 너는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그는 평생을 고독과 우울함과 좌절에 맞서 격투를 벌이다 1957년 겨울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백혈병에 독감까지 찾아와 결국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의 묘비에는 생전에 그 자신이 준비한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인간이란 삼엄하거나 가파른 산을 끝까지 등정하는 일과 또 사랑하고 용서하는 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그 영혼이 거칠어지거나 무자비해지지 않는 존재의 아름다움이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입니다.


우리는 올해도 무수한 싸움을 치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린 때로 치고받는 일에 몰두하느라 사랑을 잃었고, 사정이 다급하다는 핑계로 절차를 무시하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카잔차키스가 <영혼의 자서전>에서 무수히 던졌던 질문처럼 우리도 이제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나의 2019년은 과연 어땠는지, 버거운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포기하거나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기도며 말씀을 가까이 하는 일에는 태만하지 않았는지, 내가 살겠다고 남을 해친 일은 없었는지... 스스로 묻지 않으면 영영 그냥 넘어가고 말 대답들을 꼭 한 번쯤 듣고 확인하실 수 있길 권합니다. 우리는 아무리 좋던 것도 변하는 내 삶 안에서 어느새  천천히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가던 길을 멈추고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또 전혀 좋다고 생각지 못하던 것도 어느새 나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축복이라는 사실도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연말에는 온갖 시끄러운 바깥 소리보다는  오히려 자기 내면의 이야기와 성령의 내밀한 음성을 듣는 편이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이를테면 각자가 자신의 <영혼의 자서전>을 써 보시라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