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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비디, 비치!>(veni, vidi, vici!)

이것은 로마의 유명한 장군이자 정치인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주전 47년 소아시아를 점령하고 로마 시민과 원로원에 보낸 승전보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뜻입니다. 

 

이때부터 로마는 거대한 제국이 되어 지중해 일대를 평정하며 로마 천하를 뜻하는 이른바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구축합니다. 고대 로마제국의 언어였던 라틴어는 로마가 서방세계를 지배하는 동안 곧 국제적인 소통과 학문의 언어로 널리 통용되면서 근세까지도 유럽 각국의 공용어로 사용되었으며 따라서 모든 저술과 기록물들은 다 이 라틴어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성경도 원래는 히브리어(구약)와 헬라어(신약)로 기록되었으나 4세기 말부터는 오직 라틴어로만 번역되고, 또 복제되어 중세 1천 년 동안은 어느 교회나 라틴어 성경 밖에는 없었습니다. 종교개혁 이후부터 독일어와 영어 등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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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유수한 대학들은 1900년까지도 학위논문을 다 라틴어로 썼습니다. 따라서 지금도 서유럽의 고전이나 역사적 기록물들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라틴어가 필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교육하듯 유럽 각국에서는 지금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정규과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유럽대학들의 오랜 라틴어 전통 영향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학훈도 대부분 라틴어로 되어 있습니다.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서울대학교, <Liberta, Justitia, Veritas>(자유, 정의, 진리)-고려대학교. 

 

오늘날 라틴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라틴어는 500년간 로마제국의 언어였고, 그 후에는 무려 1천년(A.D. 600년-1500년)동안 기독교의 유일한 공식 언어였으며 지금 사용되고 있는 서구의 언어들 가운데서 소위 라틴 민족의 언어들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은 다 라틴어를 조금씩 변형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비교적 라틴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르만계의 독일어와 앵글로 색슨계의 영어조차도 그 어휘 중 40-50%의 뿌리가 다 라틴어에 있다고 하니 라틴어가 서구 문화와 정신에 미친 영향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것은 현대 서구 국가들이 다 중세 1천 년을 지배해 온 기독교 세계에서 분가하여 나왔기 때문입니다. 최초로 성경을 라틴어에서 해방시킨 루터조차도 자신의 종교개혁의 모토를 라틴어로 설정했습니다. <Sola Fide>(솔라 피데)-오직 믿음, <Sola Scriptura)(솔라 스크립투라)-오직 말씀, <Sola Gratia>(솔라 그라티아)-오직 은혜. 

 

지난주 한글날에도 광화문의 세종대왕 앞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에 나오는 <공화국>이란 영어의 <리퍼블릭>(republic)으로 이는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에서 온 것이고, 그 뜻은 <공적인 것, 공공의 이익>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공공의 이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정치체제, 시민 국민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 헌신하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 특정 계층이 불법, 편법, 반칙으로 모든 이익과 권한과 특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게 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피해의식이자 패배의식입니다. 

 

제발 좋은 말을 차용해 쓰는 만큼 그 뜻이나 정신까지도 잘 구현해 더는 화난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가지 않아도 되는 제대로 된 <민주 공화국>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