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7 10:58

막장으로 막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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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처럼 이념 놀이에 매몰된 나라가 또 있을까요? 건국과 함께 시작된 좌우익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추구하는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유독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상대의 생각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얼마나 악의적이고 잔인한지 모릅니다. 툭하면 서로를 공격하고 도저히 같은 하늘 아래서 살 수 없는 사람처럼 증오하고 경멸합니다.


이제는 이념이 아예 사이비 종교가 되고 미신이 되어 양 진영 추종자들을 모조리 맹목적인 광신도들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모두가 이성이 마비되어 중세의 십자군마냥 순교적 각오로 진영 싸움에 자신의 영혼을 탈탈 털리고 있습니다. 좌와 우, 흑이나 백이 아닌 감히 다른 생각이나 견해를 가질 수 없는 극단적인 이분법 사회, 상대를 인정하면 곧 회색분자로 낙인이 찍혀 양 진영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며 매도되고 배제되는 나라. 따라서 원색적인 이념 논쟁이나 진영 싸움이 벌어져도 이를 중재할 사람이나 방법조차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태는 더욱 악화되어 요즘은 우리 사회 전체가 날마다 막장으로, 막장으로 치닫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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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 때 권 권사님을 모시고 옛날 아버님이 덕대(德大)로 일하셨던 백두대간의 한 노다지 광산을 다녀왔습니다. 폐광된 지 오래고 지금은 당국에서 갱도를 폐쇄해 막장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처음 일본 사람들이 개발해 한창 금을 캘 때는 금이 샘처럼 나왔다고 해서 <우구치>(牛口峙)라는 옛 이름 대신 <금정>(金井)이라고 불렀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예 갱도 입구를 막아 접근을 금하고 있었습니다. 


<막장>이란 지하에 매장된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만든 갱도의 가장 깊숙한 곳,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땅굴 속 막다른 지점, 그래서 흔히 우리 사회를 그 막장에 비유하지 않습니까? 막장 정치, 막장 국회, 막장 인생, 막장 가족 ... 이런 막장 문화에 편승해 막장 드라마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릅니다. 일말의 성찰도, 상식이나 도덕적 개념도 없이 오로지 말초와 본능과 허위의식만을 자극하는 연출에도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욕을 하면서도 그 억지스런 사건 전개와 무리한 인물 설정에 빠져드는 막장 드라마의 중독성은 사실 우리의 현실이 그 말도 안 되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데 있습니다. 갈 데까지 간 요즘 TV 드라마라는 것도 실은 우리의 막장 현실의 반영이라는 인식입니다.


얼마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조관일 씨가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이색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조 사장은 그 글에서 <‘막장’이란 표현을 부정적으로 쓰는 일을 자제해달라>며 <원래 막장은 탄광갱도의 끝으로 희망을 캐고 내일을 캐는 가장 치열한 삶의 최전선인데 요즘은 그 말이 ‘갈 데까지 다 간 것’이라는 의미의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2천 여 우리 직원들이 지하 수백 미터의 막장에서 땀 흘리며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막장’을 오직 ‘희망’의 언어로만 사용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실은 기독교 신앙의 <막장> 개념도 <끝장>보다는 오히려 <희망>입니다. 역사의 긴 터널의 마지막 지점, 그게 바로 이 우주의 <막장>이자 기독교 세계관의 오메가 포인트인 <종말> 아닙니까? 종말은 역사의 <막장>이자 새 하늘과 새 땅의 <시작>입니다. 오늘의 <막장 현실>에 너무 절망하지 맙시다. 


광부들은 <막장>에서 금을 캐고 내일을 캐고 희망을 캡니다. <여호와의 능력과 위엄은 창대하여 땅 끝(막장)까지 미친다>(미 5:4)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시며 다시 한 번 힘을 내십시오. 모쪼록 다가온 추석연휴가 복되고 소중한 쉼이 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