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3 10:13

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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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이분법>을 찾아보면 <대상 전체를 둘로 나누는 논리적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선과 악, 빛과 어둠, 물질과 정신, 생물과 무생물, 동물과 식물, 남성과 여성 등 그 특정 성질이나 속성이 서로 반대되는 집합을 칼처럼 구분해 서로 대조하고 대비시킴으로써 대척점에 선 상대집합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처음부터 모순율에 근거한 분류법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배타적이고 끊임없이 상대를 배제하려는 속성을 가집니다. 인지 심리학자인 아론 백(A. Beck)은 이 이분법을 <동일한 경험을 상호 배타적인 범주로 평가하려는 경향으로 양분된 범주 사이에 중간 범주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대상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려는 사고체계>라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흑백논리>입니다. <흑백논리>란 모든 것을 <흑> 아니면 <백>, <선> 아니면 <악>, <득> 아니면 <실>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잣대를 말합니다. 거기엔 극단의 양대 진영 외에 더 이상 완충지대가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이나 집단의 다양한 정체성을 무시하고 모든 대상을 오로지 두 가지 카테고리로만 나누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이미 폭력일 뿐 아니라, 실제 과거 독재 정권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이 논리를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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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이 때 아닌 <이분법 천국>, <흑백 공화국>이 되어 온 국민들이 양대 진영 앞에 길게 줄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친북>, <종북>이니 하는 말도 이미 피로하고 충분히 식상한데 새삼 <친일>, <매국>, <토착왜구>란 말은 또 뭡니까? 그게 대체 언제적 얘깁니까? 임진왜란, 왜정시대 때나 썼음직한 말들이 왜 이 21C 대명천지에 횡행합니까? 이 시대에 <매국>이 어디 있고, <친일>이며 <왜구>가 어디 있습니까? 과장과 허풍과 선동도 유만 분수지 그런 케케묵어빠진 구닥다리 언어들을 무한방출하며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에 혈안인 이유가 뭡니까?  우리 사회를 오로지 <흑> 아니면 <백>이라는 대결구도로 진영화하여 이익을 보겠다는 자들의 불순한 동기가 아니라면, <나누어서 지배하라!>는 옛 로마 제국의 통치철학을 신봉하는 권력가들의 고의적인 음모와 공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흑백>만 입니까? <흑>과 <백> 사이에 얼마나 많은 색깔이 존재합니까? 그렇습니다. 기독교적 사고에도 이분법적 요소가 강한 게 사실입니다. 천국과 지옥, 영혼과 육신, 천사와 마귀처럼 기독교 역시 무엇이든 이분법적으로 도식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기독교 본연의 헤브라이즘적(구약성경) 전통은 아닙니다. 후에 기독교가 헬레니즘과 만나면서 희랍적 이원론의 영향을 받은 비본래적 표상들일 뿐입니다. 헤브라이즘은 오히려 유일신 사상에서 비롯된 일원론을 추구하며 통전적인 세계관과 인간론을 가르칠 뿐입니다. 주님도 안식일을 파괴하심으로써 안식일과 평일을 구분하려는 이원론적 관념을 도발하셨고, <예루살렘 성전을 허물어 버리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성소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려는 발상을 비판하시며 온 세상을 다 거룩하게 하라고 촉구하셨습니다. 


제발 다른 사람이 울리는 변죽에 깨춤 추거나 들러리 서지 마십시오. <애국주의>마저도 정치꾼들의 빛바랜 통치 이데올로기일 뿐인 시대에 하물며 <왜구>니 <매국>이니 하는 진부한 <이분법>이겠습니까? 지금은 내부 총질이 아니라 모두가 하나 되어 이 엄혹한 제2의 IMF와 맞설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