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9 09:33

장마와 지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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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부터 전국이 동시에 장마권에 들었다고 합니다. 

매년 이렇게 장마가 닥치면 우리 교회는 한바탕 습기와의 전쟁이 벌어집니다. 제습기를 틀고, 구석구석에 <물 먹는 하마>를 배치하고, 탈취제와 <팡이 제로>를 한 아름씩 사다 뿌리며 음습한 곰팡내와 싸워야 합니다. 지하 교회의 숙명 같은 이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야말로 반지하 혹은 지하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실로 고단한 삶의 애환입니다.

 

<기생충>이란 영화도 <냄새>라는 모티브가 영화 전체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사실은 저도 평소 냄새에 좀 예민한 편입니다. 교회가 지하고, 30년 가까이 된 상가라 그 묵은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냄새에 나도 모르는 사이 익숙해져 그게 혹 내 일상의 냄새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 때문이겠지만, <기생충>의 박 사장 경우는 거의 병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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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냄새라고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지하철 타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그 이상한 냄새>라는 그의 말은 영화 <기생충>이 곧 <냄새 사회학>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하여간 처음부터 끝가지 냄새가 영화 속 공기를 지배하며 지상과 지하, 흙수저와 금수저를 규정하고, 백수네와 IT 기업 박 사장네를 성격화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생충>은 <공간>의 얘기기도 하지만 결국은 <냄새>의 얘깁니다. 


가진 자는 못 가진 자를 그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로 판단하고 가능하면 자신의 삶으로부터 멀리 소외시키려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과는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냄새가 별로인 사람과는 되도록이면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공간도 마찬가집니다. 기왕이면 향기가 나는 공간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향기 마케팅>이 거의 보편화되었습니다. 제가 자주 드나드는 판교 교보문고는 브랜드의 시그니쳐 향기를 개발해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향기 속에서 책을 고르고 구매하게 합니다. 냄새는 인간이 생산하는 가장 원초적인 체취인데 문제는 그 냄새를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가진 자는 자신의 냄새를 통제할 수 있지만 못 가진 자는 냄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냄새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교양이 있고, 문명화된 존재지만 냄새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은 가난하고 저급한 하류 계급에 놓이고 마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10년을 살며 겪었던 유쾌하지 못한 경험 중에는 <냄새의 추억>도 있습니다. 동양인들, 특히 한국인에게서 많이 난다는 마늘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며 버스, 지하철, 전철 등에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던 사람들 때문에 느꼈던 심한 모멸감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영화 <기생충>을 보고나서도 여러 날 찝찝하고 불편했던 것은 영화 속의 주 무대인 <지하>와 주요 메타포인 <냄새>가 자꾸만 우리 교회와 오버랩 되면서 영화와 객석 사이의 경계를 넘어 스멀스멀 내게로 기어오는 듯한 곰팡내에 뭐랄까, <기생충>이 냉소적으로 스캔한 지하 계급의 풍경과 지하 교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킨 기분?


<기생충>은 한국 사회, 한국 교회의 양극화의 <초상>이자 지하 인생, 지하 교회에 대한 노골적인 <은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