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09:40

신앙과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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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이었습니다.  

성큼 여름이 와버린 바람에 봄은 새로운 계절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아카시아 향기가 흩날리는 6월 초순, 이제 여름이 더욱 자신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과시하겠지요. 그래서 6월은 언제나 창조의 원색과 진화의 민낯을 가식 없이 드러냅니다. 


지금도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힘들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가 은연중에 표현하는 <과학>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입니다. 저도 학창시절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서 믿음의 선택을 강요받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이 마치 신앙인의 순교적 모범처럼 여겨졌드랬습니다. 창조도 진화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예 세상을 향해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사는 게 신앙인의 숙명처럼 받아드려지던 시절의 얘깁니다. 


하나님은 이성과 과학을 초월해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걸 다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도 공생애 시절 과학적 질서를 초월하는 기적을 많이 행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기적들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증거하시기 위한 것이었지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거나 거스르고자 하신 행위는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자연에 보편적 질서를 부여하셨고, 또 우리 인간에게는 그 질서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을 허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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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에게 이성이 없었다면 과학도, 성경도, 신학도, 교리도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신앙 뿐 아니라 이성도 다 우리가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어진 하나님의 최대 선물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창조론과 진화론의 갈등 앞에서 마음의 불편함을 겪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서울대 우종학 교수의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IVP)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흔히 우리 믿는 사람들이 겪기 쉬운 과학적 고민들을 명쾌하게 정리해 준 책 입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신앙과 과학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신앙과 과학>이라는 주제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착잡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한국 교회는 왜 눈과 귀를 닫고 오직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갇혀 지내는 걸까?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데 교회는 왜 과거에만 붙잡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진부한 정보만을 고집하는 걸까?>하는 답답함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한국 교회는 지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동안은 영성만 강조했을 뿐 지성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습니다. 물론 이성을 투명하게 하는 일과 성경이 말하는 구원 사이에는 별 관련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주님을 믿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용서하는 일이 먼저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는 태도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은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합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계를 더 깊이 아는 일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보다 주님이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세상의 소금이라>하신 교회를 세상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단절시킨다는 것입니다. 자칫 교회가 반지성, 반이성적인 집단으로 비춰져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에 대해 아예 등을 돌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결코 신앙의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적 영감을 자극해 하나님의 창조와 과학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