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1 10:18

모니카와 아그리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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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님의 날이자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부처님도 <육방예경>(六方禮經)에서 <자식을 타일러 나쁜 일을 못하게 하고, 좋은 일을 가르쳐주며 사랑이 그 골수에 사무치게 하는 것>이 부모의 참다운 도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가정의 달, 사랑의 달이라는 이 5월에도 여전히 가족 단위의 집단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아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아파트 14층에서 일곱 살, 세 살 난 두 딸을 밀어 떨어뜨린 후 자신은 두 살 난 아들을 껴안고 투신하여 일가족 모두가 숨졌습니다. 어린이 날 연휴에는 30대 부부가 네 살, 두 살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지난 달 어느 40세 남성은 세 자녀와 함께 수면제로 목숨을 끓으려다 결국 자녀 한 명만 숨지게 하고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습니다. 


자녀들은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는 순간부터 한 독립된 인격체로, 주체적인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신들의 최악의 상황과 자녀들의 처지를 동일시하여 자녀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운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이게 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부모의 잘못된 관념이 빚어낸 살인행위라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로서는 차마 아이들만 두고 떠날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 동반자살을 택하겠지만 아이들에게는 가혹하고도 억울한 죽음이고, 부모 역시도 잔혹한 자기 살해와 존속 살인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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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 말기의 두 여인 <모니카>와 <아그리피나>는 동시대를 살았지만 참 대조적이었습니다.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였던 <모니카>는 방탕한 아들을 위해 13년간이나 눈물로 기도한 인고의 여인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참회록>과 <신의 도성> 같은 불후의 명작을 남겼을 뿐 아니라 바울 이후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 깊은 영성가, 숱한 이단들에 맞서 용감하게 기독교 진리를 방어하고 사수한 변증가로 그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30세가 넘도록 오로지 육체적 향락과 세속적인 출세와 이교적 철학에만 탐닉하던 그가 주후 385년 극적으로 회심하여 성자로 거듭나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어머니 <모니카>의 절절한 기도 덕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어거스틴은 그의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  제가 이제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님께서 제게 기도의 어머니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진리의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마음, 그 밖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주신 것은 다 어머니의 기도 덕분입니다.>


역사상 가장 잔혹한 기독교 박해자로 악명을 떨친 네로 황제의 어머니 <아그리피나> 역시도 그의 아들을 병적일 만큼 사랑했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로마의 제3대 황제였던 칼리굴라의 누이동생으로 숙부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결혼하여 황후의 지위를 얻습니다만 남편인 클라우디우스 황제를 독살하고 네로를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아들을 유혹하여 네로로 하여금 생모인 그녀의 성의 포로가 되게 합니다. 그녀의 엽기적인 막장 드라마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네로 황제가 환멸을 느끼고 심복인 아니케토우스를 시켜 자신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를 살해하고 만 것입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니카>나 <아그리피나>가 서로 다르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여인은 <기도로 키운 자식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희대의 탕아를 위대한 성자로 만들었고, 다른 한 여인은 야심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결국은 괴물이 된  제 자식의 칼에 무참하게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하지만 반드시 기도를 동반해야 합니다. 이 땅에는 아직도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어 감사하고 살만합니다. 


이 아침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삼가 어버이들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