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의 4분의 3이 <이스터>(Easter)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스터>를 기껏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먹는 날, 색을 입힌 달걀과 여러 가지 선물을 몰래 가져다주는 <바니>(토끼)의 축제 쯤으로 알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영한사전에서 <Easter>를 검색하면 <The Easter bunny will come tonight>(오늘밤 부활절 토끼가 올거야) 같은 예문들만 줄을 잇습니다. 성탄절이 <예수님이 오신 날>이기보다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가져다주는 날이 되고 말았듯이 이제는 부활절도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 아니라 토끼가 선물을 가져다주는 날로 기억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스터 선물로 바니 캐릭터의 옷을 입고,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먹으면서도 정작 부활절의 주인공이신 주님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으니 이제는 부활절 달걀도 주님이 빠진 무정란이 되고 만 셈입니다. 


겨울이 죽음의 상징이라면 봄은 생명의 상징입니다. 겨울은 자연계의 생명들을 온통 지하에 가두는 무덤 역할을 하지만 봄은 땅속에 갇힌 생명들을 다시 불러내 마치 굳게 닫힌 돌문을 열 듯 새롭게 소생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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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사람들은 일찍부터 달걀로 부활절을 상징해 왔습니다. 껍질을 깨고 나오는 새 생명에서 주님의 부활 모형을 본 것입니다. 17세기경 유럽의 수도원에서 처음 시작되어 점차 교회와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졌다는 이 부활절 달걀은 초기 선교사들에 의해 우리나라에도 전래됐는데, 요즘은 부활절 달걀을 준비하지 않는 교회가 없을 정도고, 해마다 더 강렬한 색상으로 이미지 표현을 해 전보다 훨씬 더 화려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토끼를 널리 부활의 상징으로 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유럽 사람들, 특히 알프스 주변국들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토끼를 봄의 전령사로 여깁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굴속에 갇혀 지내다가 봄이 되면 제일 먼저 굴 밖으로 나오는 토끼를 부활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는데, 교회 역사가 게오르그 프랑크 폰 프랑케노가 1628년에 쓴 <부활절 달걀에 대하여>라는 논문에 의하면 이 전통은 특히 독일의 루터교에 의해 유래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어린아이들은 성탄절에는 산타를 기다리고 부활절에는 토끼를 기다립니다.


부활절 축제가 다가오면 독일은 어디에나 토끼 장식이 넘쳐 납니다. 상점마다 초콜릿으로 만든 토끼가 잔뜩 쌓여 있고, 각급 학교에서는 부활절 토끼 만들기, 부활절 달걀 장식하기에 바쁘고, 부모들은 성탄절에는 반드시 산타가 되어야 하듯 부활절에는 이유 불문하고 푸짐한 선물을 택배하는 부활절 토끼가 되어야 무사합니다. 유난히 <이스터 바니>가 극성인 미국의 경우는 이민 간 초기 독일인들에 의해 생겨난 전통입니다. 물론 <이스터 에그>도 <이스터 바니>도 성경에서 유래된 부활의 상징이나 문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굳이 부정하거나 배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부활>은 쏙 빠지고 <에그>와 <바니>만 요란한 세태가 아쉽다는 겁니다. 


올해도 부활절 아침, 16세기 유럽의 수도사들처럼 <이스터 에그>를 꼭 두 개는 드십시오.  그래야 부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