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9 11:11

잿빛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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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풍경이 온통 잿빛입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자랑해온 한반도가 이젠 <삼천리 먼지강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거리는 온통 마스크 행렬이고, 집집마다 몇 대씩이고 공기 청정기를 들여놓느라 바쁩니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되 아직 봄이 아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관측 이래 최악이라는 초미세먼지가 청정지역인 제주까지도 삼켰다는 보도입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주 5일에 발표한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대기질이 가장 나쁜 도시 100개 가운데 무려 44개 도시의 이름을 올린 초미세먼지 오염도 제2위 국가입니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가 2040년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위 국가가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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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신빙하기가 찾아와 얼음 세상이 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입니다. 신빙하기가 된 1차적 원인은 지구 대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포한 인공 냉각제 때문이었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토록 강력한 냉각제가 필요할 만큼 심각해진 지구 온난화에 있었습니다. 


2014년엔가 개봉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우주 SF 영화 <인터스텔라>도 역시 더 이상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진 이 지구의 미래를 그렸습니다. 지구가 온통 미세먼지에 뒤덮여 식물들조차도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해가자 미국 정부와 과학자들이 제2의 지구를 찾아 인류를 대이동시킬 계획에 착수합니다. 이렇듯 최근에 와서는 SF 영화의 스펙트럼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에는 주로 핵전쟁이나 인공지능의 반란, 외계인의 습격 같은 게 지구 종말의 원인으로 설정됐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 같은 보다 현실적인 위협과 환경적 요인들이 인류 운명의 보편적 공포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특히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 재앙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이 내한하여 벌써 수년째 국내 학자들과 함께 미세먼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사가 다른 나라에서 현지 과학자들과 대기오염 연구를 실행하는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최초라고 합니다. 나사측은 <서쪽에서는 중국 동부에 밀집되어 있는 공업지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 북서쪽에서는 내몽골의 황사, 러시아와 북한 쪽에서는 수시로 발생하는 산불 연기까지 유입되는 한반도야말로 대기오염 연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실험실>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의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세계환경성과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지구촌 180개국 가운데서 173위라는 최하위권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재난대응조치는 여전히 절망적입니다. 매년 수도권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혈세 3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제는 숨 쉬기도 힘드네!>에서부터 <이민 가고 싶다!> <이민이 답이다!>에 이르기까지 거의 비명에 가까운 탄식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발 정부는 <인공강우> 같은 쇼나 이벤트로 국민들을 희망고문하지 말고, 껄끄럽고 무지막지한 상대지만 국민들의 생존권 호흡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세먼지의 주범인 중국에 대해 보다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발원지에 대한 근본 조치 없이는 그 어떤 대책도 다 공염불일 뿐입니다.

아니면 휴대용 산소 캔이라도 개발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