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2 10:22

봄을 꿈꾸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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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입춘이고 모레가 설입니다. 

이맘때 어울리는 시집 한 권을 만났습니다. 

장지현 시인의 신간 <다시>, 그것은 순수함과 사랑의 시선으로 빚어낸 희망의 언어요, 보잘 것 없고 초라한 것들 속에서 길어 올린 소생의 언어들이었습니다. 시들고 얼어붙은 것들이 다시 심폐소생술이라도 받은 듯 되살아나서 봄이라는 생명의 언어로 치환됩니다. 군더더기 없어 담백하면서도 명쾌하게 담아낸 시어들 속에서 짧은 한 행 한 행이 마치 활어처럼 살아 퍼덕입니다. 길게 산문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한 연, 길어도 두 연을 넘지 않는 그녀의 시들은 그럼에도 시가 가지는 함축성을 가장 명징하게 담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시>와 <시>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능력이야말로 <동시>의 순수함과 <시>의 상징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듯도 보입니다. 그래서 장지현의 시집 <다시>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소환한 주제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만큼 겨우내 입은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봄을 꿈꾸는 시인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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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사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하나씩 품고 살고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어 환히 밝힐 수도 아님 그냥 모른 척 숨기고 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빛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내 안의 별을 그냥 꺼두지만 말고 꺼내 주세요. 시간이 더디 걸리더라도 꺼낸 별은 언젠가 환히 빛납니다. 다시>


사람들이 가슴속에 하나씩 품고 사는 별이 <다시>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펴냈다는 장지현의 시집, 

<앙, 입 벌려 / 사과 한 입 / 크게 베어 물었다 / “나 맛나지?” / 베어 문 자리만큼 / 사과가 뽀얀 잇몸 내보이며 / 앙, 함박웃음 짓는다.> (웃는 사과 전문)


<맛있는 샘>, <사랑비>, <네 살 선생님>, <개나리 도둑>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챕터들은 그대로 봄의 태동부터 생명의 싹을 틔우는 사랑비의 손길, 그리고 봄꽃인 개나리의 만개로 이어지며 <다시 꽃 피우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봄의 언어>로 상징화됩니다.

<뿌리 채 뽑혀 / 쓰러진 나무둥치에 / 새순이 파릇파릇 돋았다. / 그래, / 다시 시작이다.>(다시 전문)


이처럼 짧은 시어 속에 이처럼 소박한 희망의 언어를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참 대단한 능력입니다. 장지현의 시는 이렇듯 독자들에게 봄의 활력처럼 다시금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는 믿음, 마냥 날아오르고 싶다는 욕망과 의지를 품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위대한 일이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일이란 걸 깨닫게 하는 시집.

세상은 때로 몹시 우울해 보이지만 그 춥고 음습한 그림자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아름답고 화사한 봄볕이 비취기 마련입니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고 절망을 당해 보지 않은 세월이 있을 리 만무하듯 결국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우리가 가진 꿈과 사랑과 믿음을 내 손에서 끝끝내 놓지 않고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 

그러면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의 애틋함이 올해도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려가게 될 것이라는 희망.


따뜻하고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