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6 11:19

신선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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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 대표팀이 C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22일 바레인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던 지난 17일 대표팀 공격수 중의 하나인 이청용 선수가 벤투 감독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감독님, 19일에 제 여동생 결혼식인데 잠시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오랫동안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던 그의 동료 수비수인 김영권 선수도 <대표팀 생활 중에서 그런 상황은 처음 봤다. 여기서 한국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 많이 놀랐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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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우리가 공감하기 어려운 <생소함>이었습니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더구나 그게 나라를 대표하는 일이라면 <사사로운 일> 따위는 언제든 접어두고 대의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게 옳다는 정서가 아직은 지배적인 우리 사회, 실제 네티즌 가운데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치열한 아시안컵 기간에 굳이 여동생 결혼식까지 참석해야 하나?>하며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개인주의>나 <이기주의> 같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더구나 내 개인의 문제로 자칫 조직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하고 혹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하느라 때로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자녀의 졸업식이나 첫 출산인 아내 곁에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무심함에 자책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놀랍게도 벤투 감독은 그날 이청용 선수의 그 조심스런 타진에 쿨하게 답했습니다. <그래,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라!>


감독이 허락하지 않았어도 선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또 실제 축구전쟁이 한창인 마당에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주전선수에게 왕복 비행거리 20시간이 넘는 한국행을 허락할 감독이 과연 있었을까요? 


벤투 감독의 그 파격적인 결정이야 말로  한국 축구사, 스포츠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21일 두바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이 문제에 관해  벤투 감독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건 간단한 문제입니다. 축구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친지고, 이웃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청용 선수를 일시 귀국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의 그 명쾌하고도 심플한 언어와 너무나도 자명하다는 듯 말하는 태도에 깊은 인상을 넘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구가 직업이고, 축구를 지도하기 위해 만리타국에까지 와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들을 이끌고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감독이 <축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니... 

결과적으로 이청용 선수는 19일에 있었던 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다시 돌아가 22일 바레인전을 무사히 치렀습니다.


카타르전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고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저는 여전히 <축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포르투갈 사람 파울루 벤투 감독의 리더십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의 신념이 우리 선수들과 국민들에게도 잘 전달되어 모두가 축구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이상으로 가족과 이웃들과 또 다른 가치들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