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7 15:55

ET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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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두밀리라는 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두밀리 자연학교>가 있습니다. 그 학교의 설립자이자 교장이셨던 채규철(1937-2006) 박사님은 <ET 할아버지>였습니다. <ET><이미 타버린 사람>이란 말을 아이들이 그렇게 희화한 것이지만 그 분은 실제 외모도 영화 <ET>의 주인공을 연상케 할 만큼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오죽하면 처음 그를 본 아이들이 괴물이라며 달아나기까지 했을까요? 그는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난 50여 년 전 이미 덴마크에서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까지 얻어 귀국한 후 당시 복음병원 원장으로 계시던 장기려 박사님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의료보험제도의 효시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설립하여 가난한 사람들도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연 선구자입니다


그런 그가 1968년 어느 날 고아원 건물에 페인트칠 봉사를 하기 위해 소형 트럭에 페인트, 신나와 같은 인화성 물질을 가득 싣고 비탈길을 오르다 그만 그 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폭발하여 함께 타고 있던 두 사람은 사망하고 채교장 선생님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겨우 목숨만을 건집니다. 그러나 코도 녹아내리고, 귀도 타버리고, 눈은 한 쪽만 남았는데 겨우 사물의 윤곽만 알아볼 수 있는 상태였고, 양손마저 오그라들고 말았는데 성형수술을 38번이나 했음에도 얼굴은 여전히 흉측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도 절망스러워 몇 번이고 죽음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평생을 차가운 교회 바닥에 엎드려 <우리 규철이를 이 민족의 모세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다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실패하곤 했는데,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기도 중에 그런 자신에게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일어나 1975년에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결성했고, 1986년에는 자신의 전 재산을 다 바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워 아이들에게 자연과 인생을 가르쳤습니다.


그분은 생전 여러 곳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는데 그분이 강단에 서면 언제나 장내가 숙연했습니다. 그는 늘 <사랑하는 여러분, 이렇게 흉측한 사람을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저는 제게 흐릿하나마 이렇게 한 쪽 눈이라도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은 할 수 있도록 성대를 지켜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귀는 떨어져 나갔지만 고막이 있어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리카락은 다 타고 조직은 파괴됐지만 뇌는 상하지 않아 정상적으로 사고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또 제 정신으로 기도할 수 있게 하신 것을 감사합니다>하는 말로 강연을 시작합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두밀리 자연학교 채규철 교장 선생님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처럼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참 기쁨은 삶의 감격에서 오고, 삶의 감격은 반드시 은혜요 은총이라는 깨달음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바울도 <네 가진 것 중에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소중한 것일수록 다 하나님께 거져 받습니다. 내 생명도, 심장도, 부모도, 자식도, 공기도, 햇볕도,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너무 소중해서 뭣하나 값을 주고 사거나 내 재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것을 거져 받았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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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에 인색하지 맙시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믿음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 갑시다. 갈수록 팍팍한 삶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격려를 잊지 맙시다. 감사를 표현하는 일에 너그러운 사람에게 하나님은 보다 더 풍성한 축복을 허락하십니다.


1992년 가을, 두 차례 강연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던 <ET 할아버지>, <감사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추수감사절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