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9 10:58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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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더욱 높고 투명해졌습니다. 

나뭇잎 새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한결 그윽해진 가을 냄새를 맡습니다. 

길었던 추석 연휴 가족 친지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혹 칼보다 더 날카로운 세치 혀에 베어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지는 않으셨나요? 흔히 명절 때 모여 시사나 정치 얘기로 갑론을박하다 뒤끝 씁쓸하게 헤어지는 예가 많아 하는 말입니다. 

유대인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끝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민족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그들은 가족 간의 대화를 중시합니다. 서로간의 사랑을 느끼고 교감하며 각자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믿기에 그들은 부모와 자녀, 형제 자매간의 대화를 학교 공부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들의 오랜 지혜서인 <탈무드>도 삶의 온갖 주제들을 놓고 벌이는 랍비와 제자들 간의 대화집이요 토론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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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랍비 출신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가족 상담가로 유명한 슈물리 보테악이 쓴 <유대인 가족대화>를 보면 그들은 어린아이가 실수로 집안의 물건을 깨뜨렸을 때도 야단을 치는 대신 왜, 어떻게 해서 그랬는지를 물으며 대화부터 시작합니다. 

<어쩌다 깨뜨렸니?> <꽃병에 물을 채우려다 그만 손에서 놓쳤어요!> <그렇구나! 괜찮다. 꽃병이 손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더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알겠니?> 이처럼 유대인들은 실수한 아이를 격려하며 스스로 잘못된 이유를 깨닫도록 해 아이로 하여금 그 실패의 경험을 통해 삶의 소중한 교훈을 얻게 합니다. 

슈물리 보테악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유대인들의 독특한 <하브르타> 공부 방식의 핵심도 대화식 교육에 있다고 합니다. 

지난 세대 사람들인 존 록펠러,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들은 두고라도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만들었고,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만들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ET>와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고,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윌리엄 로젠버그는 <던킨 도너츠>를, 래리 엘리스는 <베스킨 라빈스>를, 밀턴 허쉬는 <허쉬 초콜릿>을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창업하고 <아이폰>을 만들었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을 공동 창업했고, 포크 가수이자 시인인 밥 딜런은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세계인들의 일상을 바꾼 이들의 공통점은 다 유대인들이요 대화와 토론, 강연의 명수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 뿐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미국 500대 기업의 간부 41.5%(인도계10%, 중국계5%, 한국계0.3%), 미북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을 뜻하는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40%, 노벨상 수상자의 22%, 노벨 경제학상 42%, 세계 억만장자의 30%, 미국의 최고 갑부클럽의 45%, 하버드대 재학생의 30%(한국계250-300명 수준으로 약 1%), 예일대 대학원생의 60%, 미 대학교수의 35%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자랑하며 인류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의 독보적 민족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슈물리 보테악은 유대인들 중 그 누구도 그런 성과물들을 의식하거나 자기 인생의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의 신앙과 삶의 자연스런 열매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유대인들의 일상적인 교육을 영성교육(쉐마, 토라), 지혜교육(탈무드), 인성교육(가족간의 대화)으로 요약했는데, 그들은 지금도 안식일인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는 무조건 쉬며 온 가족이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고 긴 대화를 나누며 그들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켜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우리도 남북간, 또 북미간의 대화가 잘 이뤄져서 하루 속히 민족의 화해와 통일, 그리고 지구촌의 평화와 상생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