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5 11:08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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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세습 천국입니다.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이 선거를 통해 그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마당에 이 무슨 왕조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짓인지 북한은 벌써 세습 3대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 우리의 사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과연 북한의 3대 세습을 욕할 자격이나 있나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한 해 매출이 우리나라 국가 예산을 가볍게 넘어서는 이 땅의 재벌 기업들은 하나 같이 세습으로 그 총수직을 대물림했습니다. 벌써 북한 같은 3대 세습 총수도 나왔지만 회사는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고 세습했다고 누가 그 재벌사를 욕하는 경우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업과 국가가 같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재벌 기업들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국민 경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재벌 기업쯤 되면 준국가라고 봐도 가히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굴지의 언론사들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의 세습에 대해 <북한 주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김씨 일가를 영원히 모셔야 하는 종복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했던 우리나라 최대 신문사도 현 사장이 4대째니까 북한의 3대 세습마저도 비웃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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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재벌과 언론사 외에도 또 하나 막강한 세습 집단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교회입니다. 독재자는 국가권력을 세습하고 재벌과 언론사는 부를 세습한다지만 세속 기관도 아닌 교회는 대체 무엇을 세습할까 싶은데 우리나라의 대형교회들은 1997년 서울 강남의 충현교회를 시작으로 2001년 광림교회, 구로중앙교회, 2008년 금란교회, 2013년 임마누엘교회로 그 세습전통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전국에서 364개 교회가 세습으로 담임목사직 승계를 마무리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 주중 폐회한 우리 교단(예장 통합) 103회 총회 역시 최대 이슈는 <세습>이었습니다. 2013년 9월에 제정한 우리 교단 헌법 정치 제28조 6항입니다.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 해당 교회의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 비속과 그 직계 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 이렇게 교단의 <세습방지법>이 엄연함에도 명성교회는 2017년 3월 19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을 절대 다수의 지지로 결의했고, 11월 12일 김하나 목사가 전격 명성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을 했습니다. 그동안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는 이미 2년 전인 2015년 은퇴를 했기 때문에 ‘은퇴하는’ 목사가 아니라 ‘은퇴한’ 목사이므로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은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이후 노회도, 총회 재판국도, 헌법위원회도 이를 추인하며 명성교회 측의 손은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달랐습니다. 결국 새로 구성된 15명의 재판국원들로 하여금 명성교회 청빙 무효소송을 재심토록 결의한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옛날 선교 초기에는 외국인 선교사들이 선교를 하다 세상을 떠나면 다시 그 자녀들이 우리나라를 찾아 와 그 선교사업을 세습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걸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기는커녕 오히려 감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세습이 문제가 될까요?

지금의 대형교회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고난과 희생이 아니라 다시없는 꿀보직의 승계이자 금수저의 대물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흙탕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끊임없이 세속의 가치를 본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범은커녕 도리어 세상의 걱정거리, 비웃음거리가 된 것입니다.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명성교회 재심결과를 지켜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