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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춘수는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에서 만났지만, 저는 초복이었던 지난 화요일  그의 <러브 앤 라이프>展에서 만났습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모두 샤갈 자신과 그의 딸   이다가 이스라엘 국립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들로 구성됐는데 원색의 눈부신 회화뿐 아니라 판화, 삽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샤갈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어서 그의 종합 예술가로서의 면모와 사랑과 순수한 열망, 굴곡진 삶의 여정까지도 두루 조망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흔히 그는 색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강렬하고도 몽환적인 채색의 달인으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평가되는데 이번에는 그의 또 다른 면인 무채색의 동판화와 에칭도 많이 선보여 그의 판화가로서의 자질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성서의 다양한 동판 삽화를 통해 신앙의 깊이까지도 헤아릴 수 있어서 그의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전시실에 재현해놓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샤갈이 예루살렘의 유대교 회당에 구현한 작품으로 12개의 창문에 이스라엘 12지파를 묘사한 것입니다. 성경이 말씀하는 각 지파의 특색에다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들과 당나귀, 비둘기, 올리브 나무와 와인 잔 등을 조합해 소박하고도 우아할 뿐 아니라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 본 샤갈의 눈빛이 그대로 투영된 듯해 감동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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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처럼 자유로운 영혼도 없습니다.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입니다. 현재는 벨라루스인 러시아 제국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왕실 미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는데 파리에서는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세계인 초현실주의의 거장이 됩니다. 그의 작품들은 형태와 공간에 대한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마치 천진한 어린아이의 생각처럼 환상적이고, 공중에 붕붕 떠다니고, 집과 사람이 깃발처럼 펄럭일 만큼 몽환적입니다. 또한 깊은 종교적 내면과 경건성, 시적인 서정성까지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언제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고향에 대한 추억과 유대교 신앙에 대한 뿌리, 꿈과 희망과 사랑 등을 합성해 그만의 예술적 상징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웁니다. 

얼마 전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묵었던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벽에도 샤갈의 그림이 걸려있었습니다. 방안을 비춘 TV 카메라에 살짝 잡힌 그 그림을 제가 제대로 봤다면 그건 샤갈의 1949년 작품 <연인들과 꽃>이었고, 진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래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은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인데 샤갈뿐 아니라 피카소, 후안 미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도 다수 보유한 호텔로 이름이 나 있습니다. 저는 김위원장이 묵은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비가 1만 2천 달러라고 해서 입이 쩍 벌어졌는데 벽에 걸린 그 샤갈의 그림을 보고나서는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큰 꽃다발 아래 두 연인이 부둥켜안고 있는 샤갈의 그 작품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 자기 방에 걸린 수백억짜리 샤갈의 진품을 알기나 했을라나...

9월 하순까집니다. 이스라엘에서 공수해온 펄럭이는 샤갈의 작품들로 이 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