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2 15:22

5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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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스합니다. 

온통 생명이 출렁거리는 계절입니다. 

거리에도 활기가 넘칩니다. 이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지만 사실 봄은 겨울이 그 안에서 품고 길러낸 자식입니다. 

우리의 어버이들도 그렇습니다. 지난 세월 그 혹독한 고역과 추위를 감내하며 자신의 영혼 속에서 우리의 봄을 마련했습니다. 봄은 자기가 홀로 태어나 제 힘으로 여기까지 온 줄 알지만, 그래서 꽃으로 흐드러진 온 천지가 다 제 세상인 줄 알지만 그것은 계절의 은총에 대한 무지며 배은망덕일 뿐입니다. 어버이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마치 헐벗은 나무처럼 남루한 모습으로 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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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우리가 함께 부르는 <어머님 마음>입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양주동의 시에 이흥렬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특히 작곡가의 얘기가 심금을 울립니다. 이흥렬은 190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일본 동경음악학교(현 도쿄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입니다. 귀국 후에는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며 주옥같은 많은 곡들을 발표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자장가>, <섬 집 아기>, <바위고개>, <봄이 오면>, <꽃구름 속에> 그리고 지금도 군장병들이 목이 터지도록 부르는 <진짜 사나이>같은 곡들이 다 그의 작품입니다. 


일본 유학시절 이흥렬은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안 형편을 잘 알면서도 <피아노가 필요하다>며 편지를 보냈고, 아들의 편지를 받아 든 어머니는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종일 산을 헤매며 솔방울을 따다 팔았습니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히고 피가 나도록 애써 모은 그 돈을 보냈는데 이흥렬이 그것으로 난생 처음 중고 피아노를 샀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이흥렬은 어머니의 그 희생과 사랑을 잊지 못해 양주동의 시 <어머님 마음>을 보고 감동을 받아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김형영의 <따뜻한 봄날>이란 시에 소리꾼 장사익이 <꽃구경>이란 제목으로 곡을 붙여 부른 아프고도 슬픈 노래도 있습니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 제 등에 업혀 꽃구경 가요 /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 어머니는 좋아라고 / 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 / 들을 지나고 /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 아이구머니나! /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 꽃구경 봄구경 눈 감아 버리더만 /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 어머니 지금 뭐하시남요 / 솔잎은 뿌려서 뭐 하시남요 /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아들 등에 업혀 꽃구경을 가던 노모가 깊은 산속에 들어서자 그제야 그 길이 고려장 행이란 걸 눈치 채고 도리어 아들의 귀갓길을 걱정하며 바닥에 솔잎을 뿌렸다는 내용입니다. 애절한 해금의 전주에 이어 무반주로 이어지는 장사익의 절절한 목소리가 한을 토하듯 저 가슴 밑바닥을 후벼 팝니다. 

어버이 주일인 오늘, 꼭 한 번 다시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