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6 19:32

사순절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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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四旬節)은 부활절로부터 역산하여 6번의 주일을 뺀 40일간의 고난기간을 말합니다. 매년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위에 앉아 회개하는 날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시작되므로 금년 사순절은 이미 지난 주 수요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의 <렌트>(Lent)나 독일어의 <렌쯔>(Lenz)는 다 고대 앵글로 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말로 이것은 <봄 혹은 만물의 소생>이란 뜻이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사순절>이란 명명은 <40일간의 기념일>이란 뜻의 희랍어 <테살코스테>를 번역한 말입니다. 


사순절은 참 고색창연합니다. A.D. 325년 저 유명한 니케아 회의에서 제정한 것이니까 1천 7백년이나 된 유수한 교회 전통입니다. 절기를 지키는 방식도 처음 수 세기 동안은 매우 엄격하여 하루에 저녁 한 끼만을 먹으며 술과 고기, 심지어는 우유와 달걀까지도 금했으며 가무와 오락도 일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8세기 이후에는 이런 규정들이 다소 완화되었고,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은 이를 더욱 간소화하여 교회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신자 개인의 자율에 맡겼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개신교보다는 가톨릭 쪽이 훨씬 더 빡셉니다. 금식과 단식, 기도와 고행이 강요되기 때문에 사제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힘든 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 사육제(謝肉祭)라고 부르는 유럽과 남미 가톨릭 국가들의 카니발은 금욕과 절제의 기간인 이 사순절을 앞두고 <고기와의 이별>이 아쉬워 벌이는 축제입니다. 라틴어 <카르네 발레>(carne vale 고기여, 안녕)가 그 어원인 카니발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시작은 달라도 끝나는 날은 언제나 <기름진 화요일>(gras mardi)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다음날이 바로 <재의 수요일>, 즉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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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일대를 석권하며 새로운 거대 제국이 된 로마는 이스라엘 땅 팔레스타인을 식민지로 만들어 동방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북부인 갈릴리 지역이 격변을 겪었습니다. 로마 군대가 갈릴리 주민들의 반란을 유혈 진압하면서 그 일대가 그야말로 절망의 땅이 되고 만 것입니다. 로마의 폭압과 헤롯의 착취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이제 희망을 말하는 것은 망상처럼 여겨졌고, 저항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패배주의가 사람들의 가슴을 짓눌렀고 삶의 용기를 잃고 주저앉는 이들이 날로 늘어만 갔습니다. 역사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고 더 이상 반전의 기회는 어디에서도 올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주님이 그 갈릴리에 나타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외치시며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지시고 홀로 골고다의 좁은 길을 가신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고난은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 전혀 부질없어 보이던 때 절망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우리 모든 영혼을 빛으로 이끄신 참된 구원사건이고 진정한 해방사건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골고다를 향한 주님의 그 고난의 여정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고 주님 가신 그 좁은 길을 따르고자 하는 열망이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삶의 동력이 되어왔습니다. 


낙심하지 맙시다. 다시 일어나 주님 가신 고난의 여정을 순례하며 축복의 세월을 만들어 갈 일입니다. 고난과 시련의 사순절이 지나면 대망의 부활절이 오듯 부디 사순절과 함께 우리의 모든 어려운 국면들이 다 지나가기를 빕니다. 

저 겨울의 끝자락 너머로 오고 있는 봄의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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