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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정신을 낙타에서 사자, 그리고 어린 아이로 가는 세 단계 과정을 통해 설명합니다. 

낙타는 평생 자신의 짐이 아닌 남의 짐을 지고 이글거리는 사막을 걸으면서도 결코 주인에게 반항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낙타는 독창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남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인간 정신의 노예단계를 뜻합니다. 

다음 사자는 싸움에 익숙하고 생존을 위해 늘 격렬하게 투쟁합니다. 낙타처럼 남의 짐을 지거나 남에게 복종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초원의 제왕으로서 언제나 자유롭습니다. 그럼에도 사자 역시 늘 주변의 위험을 의식하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자기 방어 본능에 충실합니다. 따라서 사자마저도 진정한 자유의 정신은 못 됩니다. 

니체는 보다 성숙한 인간 정신의 세계를 어린 아이에게 비유합니다. 

<어린 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이고,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니체의 ‘짜라투스트라...’ 중에서)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어린 아이는 파도가 밀려와 그걸 허물어도 오히려 즐거워하며 다시 쌓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파도가 와 쓸어 갈 텐데 무슨 모래성이야...!>할 뿐입니다. 

어린 아이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파도가 와서 허물 텐데 하며 계산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니체에 의하면 쉽게 과거를 잊고 아무런 부담 없이 새 출발을 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초인(Übermensch)의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실패해도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파도가 밀려와 허물어도 다시 즐겁게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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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띠해라는 무술년 정월 초하루를 며칠 앞두고 난데없이 낙타 이야기로 시작되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를 떠올린 것은 올해도 살아가다 인생의 모진 사막을 만나면 마음속 낙타 한 마리와 함께 가시고, 또 모래성을 짓다 무너지거나 파도에 쓸려가더라도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다시 시작하시라는 뜻입니다. 


세상은 아름다운가 추악한가!

그 답은 결코 미리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에게 실망과 좌절을 주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아주 드물거나 없다고 자신을 세뇌시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도리어 세상의 온갖 추악함에 빠뜨리는 섣부른 짓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마치 꿈을 안고 들판에 나갔던 나비가 생각지도 못한 폭풍우를 만나 몸을 떨며 집으로 돌아와서 난 이제 다시는 세상을 향해 날지 않을거야 하며 다짐하는 어리석음과도 같은 것입니다. 세상은 때로 몹시 우울해 보이지만 그 음습한 그림자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예기치 못했던 아름다움과 화사한 빛이 비취기 마련입니다. 상처 없는 인생은 없고, 절망을 당해 보지 않은 세월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결국, 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은 우리가 가진 꿈과 사랑과 믿음을 내 손에서, 내 가슴에서 끝끝내 놓지 않고 잡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켜켜이 쌓여가는 세월의 애틋함이 올해도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가게 될 것입니다. 

세뱃돈을 받아 쥔 어린 아이처럼 즐겁고 행복한 설 연휴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