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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승인은 1605년 교황 클레멘트 8세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유럽에서 커피의 인기가 점점 더 확산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이 이슬람권에서 유입된 <사탄의 음료>라며 교황에게 커피를 금하는 교서를 내려줄 것을 청원합니다.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이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음회와 사제들의 공청회를 거쳐 다음과 같은 결정문을 발표합니다. 


<이 훌륭한 음료를 이교도들만이 즐기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는 기독교도들도 애용하는 선한 음료가 되도록 내가 주의 이름으로 커피에 세례를 주노라.>


교황 클레멘트 8세의 커피 세례와 승인교서를 계기로 유럽 각국에 커피 하우스인 카페가 다투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에는 커피 문화가 세계인들의 삶 그 자체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현재 지구촌의 커피 인구는 수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지어 원두 한 톨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온 국민의 기호음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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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커피를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유일한 사치>라며 즐겼고, 모두 10곡으로 이루어진 <커피 칸타타(BWV 211)>까지 작곡해 자신의 커피 사랑을 마치 작은 오페라처럼 표현했는데 조수미 씨가 아주 맛깔 나게 부른 제4곡 <아, 커피의 맛이란 정말 기가 막혀!>는 경쾌하기가 이를 데 없는 커피향 가득한 아리아입니다. 


<아, 커피의 맛은 천 번의 키스보다 더 황홀하고, 오래 숙성한 포도주보다 더 달콤해요. 누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아, 내게 커피 한 잔을 주세요!>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날씨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닥친 엄혹한 현실과 이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데 따뜻한 아메리카노 만한 게 또 있을까요? 우리 곁에 커피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춥고 더 삭막했을까요? 


사람들은 아메리카노가 쓰다지만 저는 3샷을 하고도 언제나 깊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풍미를 느낍니다. 확실히 커피는 차를 마실 때와는 또 다른 정서로 우리의 영혼을 적셔줍니다. 이국의 풍경과 향이 진한 갈색의 작은 물결 속에서 환영처럼 흔들리며 우울한 기분을 싹 가시게 합니다. 일상의 무게에 지쳐갈 때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는 확실히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흐릿해진 정신을 다시금 가다듬게 합니다. 


특히 저는 한겨울의 아메리카노를 사랑합니다. 크레마가 흩어지며 부드러운 오일이 혀끝에 섬세하게 녹아들면 순간 기분이 충만해지며 한결 집중력을 끌어 올립니다. 테이크 아웃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작고 납작한 스트로로 한 모금 빨아 입 안에서 한 번 굴린 뒤 목으로 넘길 때의 아찔함도 제겐 가히 예술이라 할 만 합니다. 


저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커피의 성지(?)로 알려진  강릉 안목항 카페 거리를 꼭 한 번 순례하고 싶습니다. 거기서 느긋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 그보다 더한 호사는 없을 듯해 벌써부터 기분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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