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0 11:43

비트코인과 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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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말엽 흥선대원군이 왕권을 과시하고 강화하기 위해 경복궁을 중축하면서 발행한 동전이 바로 <당백전>(當百錢)이라 부른 <당전>(當錢)입니다. <당백전>이란 <당전> 한 닢의 가치가 당시 통용되던 상평통보의 백배에 달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처음에는 대원군의 위세를 업고 꽤나 고가 행진을 했으나 나중에는 워낙 많이 찍어낸 탓에  그 가치가 폭락해 <당전> 구경도 못하던 서민들조차 너도나도 다 가지는 가장 흔한 돈이 되면서 급기야는 사람들이 <당전>을 <땡전>이라고 부르는 굴욕까지 겪게 됩니다. 지금도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은 내 수중에는 그 흔하디흔한 <당전> 한 닢조차 없는 빈털터리라는 뜻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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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불가(佛家)에서는 당나라 유학을 다녀오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7세기 중반 원효대사 역시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한참 길을 가던 중 문득,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마음의 영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디에 가서 도를 깨우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가던 길을 돌아섰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 시기 <당승>(唐僧)은 당나라의 승려라는 뜻 외에도 당나라 유학승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는데 <당승>이 되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염원하는 일이자 또 사회적으로도 최고의 존경을 받는 영예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승 역시도 흔해지고 또 너도나도 당승을 사칭하며 허풍을 떠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나중에는 당승이 <당나라 유학을 다녀 온 훌륭한 스님>이 아니라 그만 <땡중>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을 모멸적으로 <땡>이라 발음하며 <사이비 중>이란 뜻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요즘 정부의 경고와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시장>이 뜨겁습니다. 

일확천금의 꿈을 가진 2030 청춘들이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열풍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단기간에 거액을 거머쥐었다는 성공신화들이 쏟아지면서 가상화폐 강좌는 물론 가상화폐를 연구하는 학회와 동아리까지도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280억을 벌었다는 23세 청년부터 2억을 벌고 직장까지 그만둔 채 오로지 가상화폐에만 매달린다는 30대에 이르기까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비트코인 열풍은 더 이상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라고 해야 옳을 만큼 이미 100만 이상의 젊은이들이 유입된 상황입니다. 벌써부터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금융 감독원 직원이 당국의 대책 발표 직전에 가상통화를 팔아 50%가 넘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는가하면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투자했다 실패하여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다는 누리꾼도 있습니다. 


아무런 제한도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비트코인 거래소, 불완전한 운영체계와 검증된 적 없는 보안 시스템, 정부가 특별 대책이란 걸 발표하며 규제에 나섰지만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과열 분위기, 누구는 장밋빛 혁신을 말하고, 누구는 도박에 빗대어 혹독하게 비판하는 가상현실 같은 가상화폐!


도대체 비트코인이 지니고 있다는 미래적 가치란 어떤 것일까요? 가상화폐가 과연 우리 사회 흙수저들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줄 새로운 투자수단일까요 아니면 아직 터지지 않아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을 뿐인 터무니없는 거품일까요? 


저는 다만 대박의 꿈이 와르르 무너져 이 땅의 젊은이들이 <땡전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로 쪽박 차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