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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이 한 병실에서 만나 그들의 시한부 생을 마감하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그걸 하나씩 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주인공 카터(모건 프리먼)가 에드워드(잭 니콜슨)에게 묻습니다.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했는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던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떠올리게 한 대목이어서 지금도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대사입니다. 카터는 죽기 직전에 에드워드에게 짤막한 편지를 남깁니다. <자네 인생의 기쁨을 찾아가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또 내가 바라고 기대한 것들은 이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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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은 몹시 허탈했습니다. 어찌된 셈인지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한 고기잡이에서 마저 그렇게 실패하자 기가 더욱 꺾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주님이 나타나셨습니다. <배 오른쪽에 그물을 던져라!> 밤새 고기잡이를 한 사람들이 배 오른 편이라고 그물을 안 던져 봤겠습니까만 그들은 이미 씻어 정리해 둔 그물을 다시 바다에 내렸습니다.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물에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 끌어 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하나 묻고 싶은 건 그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렇게 다시 그물을 내릴 수 있었던 근거가 무엇이었냐는 겁니다. 자신들의 생각과 고집에 집착하여 주님의 말씀을 거부하는 완고함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 고기잡이에 이골이 난 어부들이었음에도 자신들의 한계와 부족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실패는 우리를 성숙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완고하게도 합니다. 


  주님은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실패의 경계를 훌쩍 뛰어 넘기를 바라시고 또 자신의 경험 속으로만 움츠러들지 않고 언제나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내일에 대해, 또 코앞에 닥친 새해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밤바다 한복판에서 풍랑을 만나 경각의 위기에 몰린 제자들을 향해서도 <너희가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어찌 믿음이 없느냐?>며 나무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캄캄한 밤바다와 파도를 무서워한다는 것, 세상과 새해가 두렵다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더 이상 바람에 날리거나 시간 속에서 사라져 갈 것들을 붙잡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맙시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해도 주님에 대한 믿음 하나만 있으면 절대 밤바다를 헤매는 일이 없을 거란 확신을 가집시다. 비록 날이 저물고 배가 심하게 흔들린다 해도 우린 반드시 저 바다 건너편 포구에까지 가 닿을 것입니다. 


<낙과는 많았어도 / 과실나무는 푸른 하늘 아래 / 그대로 있으니 감사합니다 / 섣부른 염려 속에서도 / 창을 열면 언제나 거기 별이 있었습니다 / 이제 빈 그물을 접으며 / 다시 열리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김상길, 빈 그물을 접으며).